북한은 왜 ‘6자회담 참가 무기한 중단’을 선언했을까.

올 들어 한국과 미국·중국 등은 직간접 접촉을 통해 6자회담 재개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특히 “2월이 지나면 남북대화와 6자회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정리될 것”(정동영 통일부장관·7일 국무회의)이며, 그 입장은 ‘참여’가 될 것이란 게 우리 정부의 판단이었다. 북한은 10일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북핵 6자회담 문제 등을 협의키 위해 미국 방문길에 오른 반기문 장관 등 외교통상부 고위 관계자들이 10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반 장관 등은 일주일 정도 미국 워싱턴에 머물며 부시 2기 정부 고위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진한기자 magnum91@chosun.com





◆ 정부는 신중

정부 당국자들은 당장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그동안 미국에 요구했던 대북(對北) 적대시 정책 포기, 북의 핵무기 보유 발언 등과 비교하면 좀더 강한 표현이 들어간 것이 사실”이라며 “내용을 정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일단 판을 깨자는 것보다는 6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미국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벼랑끝 전술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협상전략인 듯한데 정확한 것은 좀더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판 깨기인가, 몸값 올리기인가

북한문제 전문가인 고려대 남성욱 교수는 “한·미·일 등이 6자회담을 준비할 때 허를 찔러 역공을 하면서 기습전술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즉 한·미·일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기대를 높여가고 있는 때 ‘회담 중단’과 ‘핵무기 보유’라는 두 가지 카드로 혼선을 조성해 더 많은 것을 얻어내자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남 교수는 “무기한이란 말은 내일이라도 나올 수 있다는 의미”라며 “북한 체제 보장과 경제적 보상의 두 가지를 한국과 미국이 협의해 내놓으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도 “앞으로 열릴 6자회담이 북한에 대한 압박용이 될 것으로 예상되자 이를 일단 피하면서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를 이끌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의 선전매체들은 지금까지 계속해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가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이라고 말해왔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 교수는 “북한 외교부 성명에는 참가 명분 마련 회담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과 분위기 등 전략적 결단을 촉구하는 암시가 눈에 띈다”며 “북한이 시간을 벌기 위해 공을 미국에 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의 보도(2일)가 북한의 반응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들 신문들은 북한이 리비아에 핵물질을 수출했다는 사실을 거의(90%)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 북한은 앞으로 어떻게 나올까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1~2차례 더 강도높은 얘기가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핵물질 수출을 인정하거나 미사일 실험을 재개하는 등 초강수를 둘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통일연구원의 한 연구원도 개인적 견해라며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을 상대로 큰 도박을 벌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지금까지 핵 문제에 대해 모호성을 보여온 북한이 6자회담을 앞두고 핵 보유국으로의 지위를 굳힌 다음에 다시 협상쪽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의심도 든다”고 말했다.

이런 분석이 맞다면 6자회담 재개 시기는 한국과 미국 등이 당초 예상했던 3월말~4월보다 몇달 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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