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말 월북한 김기호(60)씨는 8일 미국인 상급자와 갈등이 직접적인 월북동기였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텔레비전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평양 고려호텔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 부임한 미국인 상급자가 '영외 거주자 주택 수당금'이라는 남조선 국민의 혈세로 거둬들인 돈을 착복하는 범죄를 저지르자 이를 용납할 수 없어 맞대결을 벌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인생 황혼기에 모든 것을 버리고 단신으로 이북에 오게 된 것은 결코 사사로운 감정이나 일시적인 충동에 의한 것이 아니다"며 "미제가 60년 간 저지른 온갖 전횡과 횡포, 만행을 더는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제의 실체를 알아가면서 미제를 우방에서 반미로, 반미에서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했고 이 때문에 반미분자로 지목받았다"며 "비록 먹고 살기 위해 미군부대에서 근무했지만 미제와 항상 반대편에 서서 시비하고 대립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평소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에 대해 잘 알고 있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마음속으로 깊이 흠모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남한의 가족관계에 대해 아내가 외동딸을 데리고 서울에서 교사생활을 하고 있다며 "(아내와 딸이) '참 훌륭한 아빠이고 남편'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신상과 관련, 1945년 8월 10일 경상북도 구미시 황상동에서 7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으며 경남대학교 2학년 재학 중 군 장교로 입대했다고 밝혔다.

또 독학으로 영어를 배워 군복무 18년 중 절반을 미군부대에서 근무했으며 제대 직후인 1984년부터 20년 간 미 8군 군속 신분으로 6병기대대 538중대 검사과장으로 재직했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12월 28일 김씨의 월북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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