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관영 언론의 보도에 북한 권력이 또다시 부자세습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미묘한 표현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시발점은 지난 27일 조선중앙방송(라디오)이 내보낸 ‘선군의 길’이라는정론.

선군정치를 강조한 정론 내용 가운데 김일성 주석 부부가 1943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첫 돌에 즈음해 백두산 아래 거처에서 나눈 대화내용과 이에 대한 해석을 놓고 제2의 권력세습을 시사했다는 관측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중앙방송은 정론에서 당시 김 주석이 “나(김일성)는 우리 아버님(김형직)께서말씀하신 그대로 내가 이 성스러운 과업을 다하지 못하면 대를 이어 아들이 하고 아들이 못한다면 손자 대에 가서라도 기어이 이 과업을 수행하고야 말 것”이라고 김정숙과 나눈 대화의 일부를 전했다.

중앙방송은 이어 김 위원장이 몇 년 전 일꾼들에게 “나(김정일)는 어버이 수령님(김일성)의 유훈을 받들어 이 땅에 기어이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일떠세우고 인민들에게 통일된 조국을 안겨주겠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소개했다.

중앙방송은 김일성 부자의 발언에 대해 “원대한 뜻을 피력하는 시대는 달랐다.

그러나 위대한 문제는 하나같이 조국과 인민의 운명을 안은 것으로 뜨거웠다. 그것이 내가 가다 못가면 대를 이어서라도 끝까지 가려는 계속혁명의 사상이었다”고 해석했다.

앞뒤 내용을 분석해 보면 일부에서 세습 시사로 해석한 ‘손자 대에 가서...’ 대목은 김 주석이 아버지인 김형직의 ‘말씀’을 받아 부인인 김정숙에게 전한 것이며,‘내 가다 못가면 대를 이어서라도..’는 정확하게는 김정일 위원장의 발언이 아니라정론의 해석임을 알 수 있다.

결국 김 위원장은 유훈정치를 언급했을 뿐 ‘내가 가다 못가면 대를 이어서라도’는 등의 세습을 시사할 만한 발언은 일절 없었다.

이번 중앙방송 정론에 언급된 ‘과업’도 1943년 당시에는 광복과 사회주의 건설이었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 당시에는 강성대국 건설과 통일임이 분명하게 나온다.

세습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북한 체제 앞에 놓인 과업이라는 것이다. 김 주석의 1943년 발언은 과거에도 북한 언론에 자주 언급됐다.

지난해 11월 11일 노동신문에 게재된 ‘백두산을 사랑하라’는 정론, 2001년 2월22일 평양방송의 ‘우리 수령님 사랑하신 2월’ 등은 그 가운데 일부 사례이다.

문제는 중앙방송이 김 부자 발언을 ‘내가 가다 못가면 대를 이어서라도 끝까지가려는 계속혁명...’이라고 해석한 대목.

그러나 여기서 ‘내’를 김 위원장으로만 보기도 어렵고 앞 뒤 문맥을 볼 때 제2의 세습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하기에는 모호한 점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이 강조하는 ‘계속혁명’ 역시 공산주의 사회가 건설될 때까지 계속되는 노동계급 혁명투쟁의 연속적인 수행을 의미하는 만큼 세습과 바로 연결시키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정부 관계자도 “이런 레토릭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만큼 후계문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 “과거 노동신문이나 평양방송에도 ‘우리 때 못하면, 후대에, 손자대에서도 과업을 완수해야 한다’는 요지의 글이 나왔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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