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 5일 공개한 북한의 전시사업 세칙은 적의 공격에 대한 방어를 강조하고 있어 주목된다. 세칙은 작년 4월 김정일 당 중앙군사위원장 명의로 작성돼 각 사회기관에 배포됐다.

세칙은 1장 총칙에서 "미국이 핵의혹을 조작하고 국제적인 압력 공세를 강화하여 우리를 질식, 붕괴시키려 하고 있다"며 "그것이 통하지 않을 경우에는 문제를 구실로 우리에 대한 무력침공을 감행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공공연하게 대북 핵선제공격 가능성을 밝히고 2003년 3월에는 실제로 이라크를 침공하는 현실을 지켜 본 데서 북한이 느끼고 있는 위기감이 이번 세칙에 반영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세칙은 전쟁 발발시 24시간 이내 총동원 체제에 돌입하도록 지시하고 전쟁 기간을 `방어작전-공격작전-지구전 등 세 시기로 나눠 전쟁을 수행하도록 했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북한이 개전 초기에 방어 작전을 상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생화학전 관련 항목에서 적으로부터 공격을 당했을 경우에 대비한 방어태세를 갖추는 데 만전을 기하도록 당부하고 있는 것도 방어개념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북한의 전시세칙이 엄연한 전쟁 대비 시나리오인 만큼 공격 혹은 반격에 대비한 계획도 상세히 언급하고 있다.

세칙은 신(新)해방지역(남측)에서 혁명조직의 추천을 받은 인원을 병력에 보충할 수 있도록 했으며 공격작전으로 해방된 지역의 보도ㆍ출판 기관을 장악, 선전전을 벌이고 주민을 상대로 선무공작을 펼치도록 했다.

전시에 중앙 및 지방의 각급 지도기관 및 군부대를 지하시설로 옮기도록 한 것도 미국 등이 보유한 막강한 공군력 및 신형 지하관통 미사일 등으로부터 전투력 손실을 최소화하고 차후 반격에 필요한 전투력 보존을 위한 방어적 조치로 분석된다.

세칙은 공격작전 단계에서 적으로부터 노획한 귀금속, 유가증권, 화폐의 관리를 위해 야전은행 운영을 명시하고 적의 화폐를 이용한 군부대 재정기관은 반드시 결산서를 제출하도록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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