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방북 예정인 커트 웰든 미 하원의원(가운데)이 4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하원 레이번 빌딩에서 동료의원 4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을 비롯한 북핵 6자회담 참여 5개국 순방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연합
내주 방북 예정인 커트 웰든 의원(공화.펜실베이니아)을 비롯한 미 하원의원단은 자신들의 방북이 북한 핵문제를 협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평화적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 분위기 조성과 모멘텀 유지, 북미간 ‘인간적 신뢰’ 구축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4일 하원 레이번 빌딩에서 방북 계획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들이 미행정부를 대표해 협상하는 외교관이 아니라 “미 국민이 선출한 국민의 대표로서, 아버지, 사업가, 교사 등의 일반시민으로서 미국의 인간적 얼굴(human face)’을 북한에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5월에도 방북했던 웰든 의원은 “당시 미국 의원단은 보통강호텔에서 북한 사람들과 식사를 함께 할 때 외교관들과 달리 자유롭게 북한 사람들과 농담하고 떠들썩하게 웃으며 어울렸다”고 소개했다.
이를 보고 당시 수행했던 국무부 한국어 통역관이 “이번이 17번째 방북이지만,북한 사람들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저렇게 웃는 것은 처음 봤다. 당신들이 벽을 허물었다”고 말했다고 웰든 의원은 설명하면서 “미국인이 어떤 사람들인가를 보여주려는게 우리의 방북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이 통역관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등의 방북에도 수행했으며, 이번 하원의원단 방북도 수행한다.
웰든 의원은 또 “당시 북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핵 억지력을 가지려는 이유로, ‘미국이 이라크 등과 함께 우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이 저렇게 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고 설명하고 “그러나 미국은 전쟁이나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평화적 해결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웰든 의원 일행은 이와 함께 자신들이 조지 부시 대통령의 북핵 6자회담 해법을적극 지지하고 있으며, 6자회담 모멘텀을 유지하고 이의 여건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도 수차례 역설했다.
이는 자신들의 방북이 6자회담을 벗어난 북미간 양자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북한에 받아들여지는 것을 경계하고 이들의 방북에 대한 미 행정부내 우려를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웰든 의원은 지난해 5월 1차 방북 이래 줄곧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한성렬 차석대사와 접촉하면서 2차 방북을 추진해왔으나 백악관측의 부정적 입장과 북한측의방북단 규모 제한 조건 등으로 인해 성사가 미뤄져 왔다.
특히 북한측은 지난해 하반기 미 의원단의 방북 초청 의사를 밝히면서도 방북단숫자를 6명으로 제한할 것을 주장, “의원 20명이 방북의사를 갖고 있는데 6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서울에서 쇼핑이나 하고 있으란 말이냐”며 거부했었었다고 웰든 의원은 말하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해 북한에서 활동하고 있던 국제 인도주의 단체 요원 일부를 출국시키고 특히 미국 의원이나 학자, 사업가 등에 대해선 극히 제한적이고 선별적으로만방북 비자를 발급했었다.
이에 따라 이번에 웰든 의원 일행의 방북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라는 국제적 압박에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 2기의 대북 정책 방향을 가늠하면서 회담에 복귀하지 않고 버티는 가운데서도 미국과 대화 통로는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 의회에서는 북한인권법 제정 등에서 보듯 인권문제를 비롯해 핵문제 등에서 북한에 대해 행정부 이상으로 강경한 분위기가 주조를 이루는 만큼, 북한으로선 의원단을 통해 미 의회 내부 동향을 파악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할 수 있다.
미 행정부 입장에선 이들의 방북을 통해 북핵 교착상태의 획기적인 타개 가능성을 기대하거나 새로운 제안을 전하기 보다는 지난해말 2차례의 뉴욕 접촉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입장을 의원들을 통해 다시 한번 분명히 전달하는 기회로 보는 것 같다.
한 외교소식통은 웰든 의원 등의 방북에 대해 “미 행정부로선 의원들의 방북 추진을 계속 막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해 적극적인 동의가 아님을 시사했다.
그러나 웰든 의원은 “지난해도 (백악관이 반대했어도) 군용기를 타지 않고 민항기를 타면 2차 방북할 수 있었지만 우리 스스로 안가기로 했던 것”이라면서도 “이번엔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이 ‘잘 다녀오라’고 지지해줬다”고 ‘백악관의 축복’을 받은 방북임을 강조했다.
미국은 이미 뉴욕 채널을 비롯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6자회담이 열리기도 전에북한을 복귀시키기 위해 새로운 안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나, 회담이 열리면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 해온 만큼 5일 의원단에 대한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브리핑도 이같은 기조일 것으로 예상된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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