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공식 발표될 미 합참 보고서 ‘조인트 비전 2020’은 21세기 초반 미국의 세계 방위 전략이 획기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전략 변화는 제1의 적대국을 중국으로 상정한 데 따른 것이며, 미국은 ‘중국 포위’를 위한 아시아 지역의 군사력 증강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아시아의 경제 성장에 따라 당초 아시아 주둔 병력을 최소화하려던 미국의 방침이 수정됐음을 의미한다. 윌리엄 코언 미 국방장관은 최근 미국은 아시아 전진 배치군을 유지해야 하며, 이를 위한 군사 예산 증액을 촉구했었다. 일부 군 전문가는 이같은 보고서와 관련, 미 국방부가 ‘아시아권의 부상’을 빌미로 국방 예산 증액을 꾀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 국방부는 이같은 분석을 부인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에 투입되는 군사비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로, 냉전이 막을 내린 89년의 5.6%보다 감소했다. 다음은 워싱턴포스트의 보도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전략 변화의 실상

미군이 실시하는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은 과거에는 중동과 서아시아 지역에 집중됐으나 최근에는 3분의 2 가량이 중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 바뀌었다. 태평양과 대서양의 잠수함 배치 비율은 40 대 60이었으나 현재는 50 대 50으로 역전됐으며, 이같은 현상은 앞으로 가속화할 것이다. 미군은 이미 공격용 잠수함을 중국 지역에 전진 배치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대만 합병을 인정할 경우 중국이 제1차 세계대전 이전 독일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며, 따라서 사전에 단호한 대응을 해야 한다. 미국의 전략 분석가들은 “유럽에는 더 이상 미국의 핵심적 이해 관계가 걸린 곳이 없다”며 “향후 10년 내에 모든 주요 작전은 중국을 의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아시아권 합동 훈련에서 이란의 핵무장화, 인도·파키스탄 핵전쟁 또는 최악의 경우 파키스탄 붕괴,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무장 세력 무자헤딘의 핵무기 확보, 인도네시아 분열, 북한의 ‘평화적’ 붕괴, 중국과의 정면 대결 등을 상정해 왔다.

◆아시아 주둔군 증강 방안

한국이 경제와 이념 싸움에서 북한에 승리한 한반도에서 평화가 정착된 후에도 미군을 주둔시키려면 미군의 성격이 2차 대전 후 점령군이 아니라 손님 또는 동반자 입장으로 변화해야 한다. 일본 주둔 미군도 과거처럼 우월적 지위를 누리던 것을 포기하고 현지 정부와 협조적 공생 관계를 유지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중국이 군비를 강화할 경우 일본의 군비 증강은 필연적이며, 일본이 1930년대처럼 주변국에 세력을 확대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일본 내 미군 기지에서 주둔지 사령관의 지휘로 합동 훈련을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아 종전 25주년을 맞은 베트남, 기지 철수 10년을 맞은 필리핀과의 군사 협력을 위한 협상은 외교적으로 중요하다. 최근 필리핀과의 군사 협력 재개는 ‘항구적 기지 건설’이 아니라 재난 구조에서 전투에 이르기까지 양국 군이 협력할 수 있다는 점을 아시아에 알리는 모범 사례가 될 것이다. 올해 미·태국 연례 합동 훈련(코브라 골드)에 참여하는 싱가포르에는 미군의 핵추진 항모가 접안할 수 있는 시설이 건설중이며, 호주와의 합동 군사 훈련을 위해 1년전 10만명의 군을 퀸스 아일랜드에 파견한 바 있다.

◆군 체제와 군비 개편 방안

전략 요충이 유럽보다 훨씬 먼 아시아로 옮겨지면서 군내에서 육군보다 해군과 공군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유럽에 파견된 장군의 수가 아시아의 4배에 이르는 것은 시정돼야 하며, 군 장교들이 익히는 언어도 프랑스 독일어에서 중국어 일본어로 바뀌어야 한다.

아시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유럽을 대상으로 개발했던 무기들과는 다른 종류의 무기가 필요하다. 장거리 수송 능력이 있는 C-17 계열의 수송기 등을 많이 확보해야 하며 장거리 미사일, 공중 급유기와 아시아 지형에서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기종의 비행기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

/박영석기자 yspark@chosun.com

아시아, 태평양지역 미군 배치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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