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여당 의원들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결의하는 등 ‘납북 일본인 가짜 유골 반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집권 자민당의 납치문제 대책본부는 10일 “기한을 설정해 북한에 설명을 요구하고 응하지 않을 경우 경제제재를 발동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일본 중의원 납치문제 특별위원회도 이날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외상을 불러 “당분간 식량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들었다.

이날 오전에 열린 각의에서도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경제산업상, 나카야마 나리아키(中山成彬) 문부과학상 등이 “제재를 통해 북한을 곤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대북 제재를 촉구했다. 그러나 무라카미 세이이치로(村上誠一郞) 행정개혁담당상은 “경제제재는 고도의 정치판단이므로 코멘트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신중론도 나왔다고 일본언론들은 전했다.

북한으로부터 귀국한 납북 피해자들은, 납북피해자인 요코타 메구미의 ‘가짜’ 유골 사건을 계기로, 차제에 북한측 설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요코타 메구미가 1981년~86년 사이 평양의 태양리 초대소에서 일본어 교육을 했다”고 주장해 왔으나, 납치자 가족으로 구성된 ‘가족회’는 “요코타씨가 태양리로 이사온 것은 86년이며, 북한측 설명을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가족회는 1987년 대한항공기 폭파범 김현희에게 일본어 교육을 시켰다는 ‘이은혜’라는 인물이 일본여성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라고 밝혔다. 납북됐다가 귀국한 일본인이 ‘이은혜’와 김현희 간 관계를 증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은 보도했다.

증언에 따르면 재작년 10월 귀국한 일본인 지무라 후키에(地村富貴惠)씨는 1978년 납치된 뒤 일시 함께 살던 다구치로부터 “‘옷카’라는 공작원에게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현희의 공작원 시절 가명은 ‘김옥화’로 가짜 여권도 이 이름으로 돼 있다. ‘옥화’를 일본어로 발음하면 ‘옷카’가 된다. 그동안 북한측은 다구치의 북한명이 ‘고혜옥’이며 김현희를 가르쳤다는 ‘이은혜’가 아니기 때문에, 대한항공기 폭파사건과 관련없다고 주장해왔다.
/ 도쿄=최흡특파원 po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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