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착후 가족을 만나기 위해 북한에 들어갔다가 간첩교육을 받고 재입국한 이모(28)씨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탈북자 관리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가장 고심을 하는 부분은 탈북자의 해외여행문제.

해외여행 탈북자 숫자는 2001년 50여명, 2002년 300여명, 작년 600여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고 올해도 700여명 정도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특히 이들 중 70% 정도가 중국을 방문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북한을 방문하거나 북한의 가족들을 만나고 있는데 늘 위험성이 잠재하고 있다.

현재 해외여행 탈북자 중 40여명이 해외에 장기체류하고 있는 상태이고 이 중 일부는 북한에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정부 당국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탈북자에 대한 해외여행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탈북자들이 '여행의 자유'라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탈북자에 대한 여권발급을 규제해서는 안된다고 권고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 당국자는 3일 "탈북자들에게 항상 해외여행을 조심하고 북한지역에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점을 주지시키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다"며 "강제규제에는 인권침해로 반발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의 준법의식도 문제여서 정착지원 교육이 좀 더 체계화되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탈북자는 국내 입국후 대한민국 국적이 부여되지만 북한 국적도 남아 있는 이중국적자의 신분이어서 북한에 들어가는 것을 쉽게 생각하고 있다.

탈북자는 북한에서 생활하면서 법치보다는 인치에 의해 생활한데다 탈북후 중국에서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법을 지키는 것을 어색하게 생각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현재 3개월에 그치고 있는 하나원 교육기간 준법의 중요성과 이를 어겼을 때 가해질 수 있는 책벌 등에 대해 보다 엄격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지만 효과도 장담할 수 없고 각종 재원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우리는 항상 탈북자를 인도적 지원 또는 특혜의 대상으로만 보고있어 가벼운 법위반에 대해서는 묵인해주는 경향이 있다"며 "이제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 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사회부적응 탈북자가 늘고 있고 이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밀입북으로 문제가 됐던 유모, 남모씨 모두 우리 사회에서 적응에 실패하자 북쪽의 가족을 찾게 됐고 해외장기체류 탈북자 40여명도 대부분 국내정착에 실패한 케이스라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이들은 중국 등지에서 탈북 브로커로 활동하거나 유랑생활을 하고 최근에는 미국에 가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 젖어 미국 망명을 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부터 정착지원금을 줄이고 직업을 갖고 사회적응을 잘하는 탈북자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이다.

정부 당국자는 "벌써부터 탈북자들이 정착지원금을 왜 줄이느냐고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며 "정부가 뭔가 해주기를 바라는 탈북자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이모씨 사건이 발생하면서 일각에서는 국내에 들어오려는 탈북자는 전원수용한다는 방침을 바꿔 선별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을 떠난 탈북자는 모두 대한민국 국민으로 볼 수 있다"며 "선별수용은 검토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