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투기들이 27일 동중국 해상의 국제영공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중인 미 공군기를 요격했다고 미국 국방부가 밝혔다.

미 국방부는 이날 “일본 오키나와(충승)에 주둔중인 RC-135 정찰기 1대가 동중국 해상 2만8000피트 상공에서 중국 군사동향을 정찰하다 중국 전투기 2대와 수 km 거리에서 조우했다”며, “이번 조우는 특별히 이례적인 사건은 아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만 장성은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이 미확인 항공기 요격을 위해 출격한 것은 3년만에 처음”이라며, “이는 탄도 미사일 부대 등이 저장(절강)성과 푸젠(복건)성 등 대만 접경 지역에서 훈련중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순위시(손옥새) 대변인도 “해방군은 전투력 향상을 위한 훈련을 실시중이며, 이번 대응은 정상적인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러나 미 정찰기 요격은 미국과 대만을 향한 중국의 양면 경고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미 정부의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 구축과 미 의회의 영구적인 정상교역관계(PNTR) 부여 거부, 대만 안보 강화법 표결, 인권 감시위원회 설치 움직임 등을 비난해왔다.

특히, 중국은 NMD가 북한 등 불량 국가가 아닌 중국 억지용이라는 판단에 따라 러시아와 함께 강력히 반대하는 한편, 미 의회가 중국에 PNTR 지위를 부여하지 않을 경우 미국 기업에 높은 관세를 물리는 등 보복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미·대만간 군사 협력 강화를 겨냥한 안보 강화법의 상원 표결에 앞서 미·중 관계 악화를 들먹이기도 했다. 동시에, 이번 요격은 대만 독립 움직임에 대한 제동 효과도 노렸다는 분석이다. 중국 지도부는 오는 5월20일 대만 독립론자인 천수이볜(진수편·진수편) 총통 당선자의 취임을 앞두고, “대만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지 않으면 전쟁을 감행할 수 있다”는 등 계속 위협 수위를 높여왔다. /김성용기자 sy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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