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의 전환에 있어 남북한은 근본적인 이슈에 대해 실질적으로 의견을 달리한다.

우선 협상의 당사자 문제에서 남한은 직접적으로 관련된 두 당사자 사이에 토의돼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하지만 북한은 남한을 제외한 북한과 미국 사이의 협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또 남한이 남북 사이에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평화 메커니즘이 수립되기까지는 현재의 정전체제가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북한은 정전 메커니즘이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논박하고 있다.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북한의 기조는 ‘선(선) 정치군사문제, 후(후)경제문화문제’이다. 정치군사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진 어떤 교류와 협력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남한정책의 기조는 ‘선 평화, 후 통일’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한반도에서의 무력분쟁에 대한 방어적이고 예방적인 것이다.

북한이 미군 감축과 미·북 평화체제 구축문제에 대해 태도를 바꿀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북한은 한·미 우호관계에 대한 쐐기로써, 미국에 대한 협상카드로써 이를 계속 사용할 것이다.

실질적인 남북간 대화는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의미있는 논의에 선행하는 조건이다.

한반도에서의 적대적인 상황하에서 우리는 북한으로 하여금 변화의 길을 가도록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유도해야 하며, 내부적으로는 포용정책을 통해 외부적으로는 포괄적인 접근방법을 통해 아직도 남아 있는 한반도 냉전구도를 성실히 풀어나가야 한다.

/ 유석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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