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김일성 사망 직후 한국은 북한이 곧 붕괴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북한은 붕괴되지 않았고 가까운 미래에도 붕괴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북한이 개혁 없이는 생존하지 못할 것으로 믿고 있지만 김정일은 북한이 개혁하면 곧 붕괴할 것으로 생각한다.

북한의 개방은 시장경제에 기초하고 있지 않으며 시장경제 활동처럼 보이는 것도 시장경제가 아니다. 따라서 북한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은 개혁 없는 개방이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은 경제분야에서 아주 뚜렷한 성과를 보인다.

경제분야 햇볕정책의 목표는 북한으로 하여금 주체 경제로부터 시장지향적 경제로 전환토록 유도하는 것이다. 금강산 프로젝트는 가장 성공적인 성과였으나 기술적으로 보면 개념상 심각한 결함이 존재한다. 북한에 호의를 보이기 위해 한국이 보여준 지나친 관대함은 시장경제 법칙의 잘못된 개념만을 전달하고 가르칠 뿐이다.

오는 6월 열릴 남북정상회담은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것이며 햇볕정책의 산물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베를린선언과 남북한 경제공동체 창설이라는 두 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그러나 경제공동체를 창설한다는 생각이 북한을 개방시킬 것이라는 추측은 잘못된 것이다. 경제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남북한간 경제구조와 사회주의 경제구조의 공존에 있다.

현재까지 북한의 위협이 남북한 사이의 협력관계를 확립하는 데 큰 장애가 됐으며 남북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선 통일전선이 재편돼야 한다.

/시게무라 도시미쓰 일 다쿠쇼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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