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탈북자들에 대한 집단망명 자격심사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지난달 29일 주중 캐나다 대사관에 진입했던 탈북자 44명 중 일부가 진입 직후 한국행이 아니라 미국 망명을 요청하며, 한때 농성까지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의 한 서방 외교관은 18일 “탈북자 44명이 캐나다 대사관으로 진입한 직후 그들 중 일부가 한국이 아니라 미국으로 망명을 요청하며 농성을 벌인 적이 있다”면서 “그러나 당시 현실적으로 미국 망명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지금은 모두 한국행으로 입장을 바꾸었다”고 말했다.

중국의 다른 한 소식통도 이 사실을 확인하고, “농성 여부는 알 수 없으나 그들 중 상당수가 한국이 아니라 미국행을 희망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탈북자들이 미국행을 희망한 것은 한국 정부의 탈북자 정책을 의심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탈북자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북한을 탈출한 지 오래된 탈북자들일수록 한국으로 가는 것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이 많은 편”이라며 “한국에서의 탈북자 생활이 쉽지 않다는 소문이 많이 퍼졌고, 한국 정부의 탈북자 정책이 소극적이고 심지어 탈북자들을 귀찮아하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국에 이미 정착한 탈북자들 중에서도 미국의 북한 인권법 통과 이후, ‘미국으로 가는 게 더 낫다’고 하면서 미국행을 시도하는 게 유행”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탈북자 수용시설 설치 및 제3국의 망명 허용 등 국제적인 지원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탈북자들이 집단적으로 제3국행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베이징=조중식특파원 jsc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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