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이해하며 대화하는 게 필요한 시점"

정세현(丁世鉉) 전 통일부 장관은 15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을 회담 테이블로 끌어내려면 미국은 압박만 해서는 안되며 이번에는 확실하게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연합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은 피해의식이 많은 나라"라고 전제하고, "북한을 두둔하자는 것이 아니고 북한의 처지를 이해하면서 대화를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핵과 미사일이 외부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억제수단이라는 북한의 주장이 여러 상황에 비춰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는 발언에 대해 "북한을 안심시키면서 회담장으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입장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차기 6자회담 전망에 대해 그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방중에서 밝혔듯이 북한은 6자회담에 참가의지를 밝힌 바 있으며 현재 미국의 움직임을 관망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미국의 입장이 분명하게 드러내 주지 않으면 금년내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그러나 "칠레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담을 계기로 열리는 한.미.일과 중국 등 4개국의 양자회담을 계기로 미국이 기존 입장을 누그러뜨리면 연내에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남북관계에 대해 "일단 6자회담 전망이 트여야 북한이 적극적으로 임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고 우리 측이 마냥 북한의 반응만 기다리면 안되며 북한에 6자회담의 비전과 남북관계 현실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 전 장관은 "더 늦기 전에 대북 특사를 보내야 한다"며 "특사로는 6자회담과 남북관계의 최근 상황을 소상히 알고 노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이 돼야 하며 그렇게 볼 때 현직에 있는 청와대 인물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의 현재 상황에 대해 "미국의 북한인권법 통과로 매우 긴장해 있으며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시행이 2년을 넘기면서 (부분적인 시장경제시스템 도입으로) 사회적 이완현상이 생기고 이로써 기존 엘리트 등 기득권의 체제불안이 현실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북한은 외부적인 상황 악화를 계기로 내부 다잡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정 전 장관은 특히 "우리 사회에는 미국에 대해 `NO'라고 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지도급 인사들 가운데도 그렇다"면서 "그러나 미국의 이익이 반드시 한국의 이익과 합치될 수는 없듯이 이익이 상충될 때는 우리 입장을 분명하게 말하고 `NO'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하며 일본은 오래전부터 그래왔다"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NO'라고 얘기한다고 해서 반미는 아니며 사안에 따라 비판할 수 있는 것이며, 대미 패배주의적 관점을 극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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