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12월 9일 밤 이승복군 가족 4명이 북한 무장공비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사건은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이승복군의 발언이 발단이 됐으며, 이 사실은 조선일보 기자들의 현장 취재를 통한 특종보도로 세상에 알려졌음이 법원의 형사 항소심 재판에서 재확인됐다.

조선일보의 이승복군 사건 보도는 역사적인 진실이며, ‘이승복 사건 조작설’이 거짓이라는 뜻이다.

◇북한 무장공비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이승복군 가족의 기사가 실린 1968년 12월 11일자 본지 사회면. 법원은 28일 이승복군 사건에 대한 조선일보의 최초 보도는 역사적인 진실이며, ‘이승복 사건 조작설’은 명백한 허위라고 재확인했다. /조선일보 DB

그러나 지난 92년 ‘조작설’이 처음 제기된 이후 우리 사회 일각에 “이승복은 조선일보 또는 군사정권이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퍼지고, 이승복군 동상이 철거되거나 이승복군의 유족들이 모욕을 당하는 등 엄청난 폐해를 낳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부(재판장 강형주, 주심판사 곽윤경)는 28일 조선일보 1968년 12월 11일자 ‘공산당이 싫어요. 어린 항거 입 찢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오보전시회’에 포함시켜 “거짓 보도·소설”이라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언론개혁시민연대 전 사무총장 김주언(50·현 한국언론재단 연구이사)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조선일보의 ‘이승복 보도’에 대해 “허구, 조작, 작문기사”라고 허위 보도한 혐의로 기소된 미디어오늘 전 차장 김종배(38)씨에 대해서는 “허위 내용을 보도한 것은 사실이나 기사 작성 당시에는 허위임을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김종배씨가 92년 이후 최근까지 무려 12년간 허위 내용을 반복 주장한 것에 대해 허위임을 인식하지 못했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건 당시 “남한이 좋으냐, 북한이 좋으냐”는 공비의 물음에 이승복군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말해 일가족이 살해됐다는 승복군의 형 학관씨의 진술과 당시 이를 전해 들은 이웃주민 최순옥·서옥자·최순녀·유경상씨 등의 일치된 증언, 시신 중 유일하게 입가가 찢어진 이승복군의 시신 사진 등을 종합할 때 이승복군이 공비들에게 공산당이 싫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은 사실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 조선일보가 보관해온 살해 현장을 찍은 사진 15장의 원판 필름과 사진의 내용 기사를 송고한 대관령 목장(고령지농업시험장)과 전화가 존재하는 점 당시 조선일보 기자들의 구체적인 증언 등을 종합하면 1968년 12월 10일 조선일보 강인원·노형옥 기자가 사건 현장에 직접 가서 취재·보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인들이 주장해온 ‘허구, 조작, 작문, 오보, 소설, 조선일보 기자들은 현장에 없었다’는 등의 주장은 허위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었다.

검찰은 1999년 7월 두 사람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했고, 서울지법은 2002년 9월 두 사람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김주언씨에게 징역 6월, 김종배씨에게 징역 10월을 각각 선고했다.
/이항수기자 hangsu@chosun.com
/금원섭기자 caped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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