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선 교장.

북한 인권법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7월 1일)한 중국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과 한국국제학교, 일본국제학교 등에 탈북자들이 대거 몰려들자 정부가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 영사부의 업무가 마비지경에 이르자 김하중(金夏中) 주중대사가 이달 갑자기 귀국, 외교부에 대책마련을 호소하기도 했다.

당장은 영사부 등에 들어오는 탈북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중국측과의 외교교섭이 늘고 있다. 중국은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탈북자의 북한 송환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 정부로서는 ‘조용히’ 한국으로 데려오는 교섭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우리 정부가 북한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있지만, 북한도 의식해야 하는 중국과 조용한 외교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이 같은 탈북자 대책은 당분간 크게 바뀔 것 같지 않다. 반기문(潘基文) 외교부장관이 26일 기자회견에서 북한 인권법안의 시행을 둘러싼 한·미 간 협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북한 같은 나라의 특수한 사정을 거론한 것은 같은 맥락이다.

제3국에 난민 캠프나 보호소 등의 설치를 추진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데 대해서도 우리 정부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1달에 1~2번꼴로 10명 이내이던 탈북자들의 베이징 주재 외국기관 진입이 갈수록 잦아지고 집단화하고 있다. 8월 이후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 영사부 등에 진입한 탈북자들은 알려진 것만 해도 7건에 141명이다.

이에 대해 탈북자 인권단체나 탈북중개인 등은 북한 인권법안 확정 후 미국의 탈북자 지원 예산(연간 약 230억원)을 염두에 두고 단체 또는 개인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탈북중개인 김모(42)씨는 “탈북자들을 많이 도울수록 앞으로 (미국의) 예산을 많이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여기에다 지난 7월 중국 법원이 탈북자들을 돕다 체포된 오영필, 김희태씨 등에 대해 “외국 공관 진입을 돕는 행위는 밀출국 알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무죄를 선고한 것도 탈북 중개인들이 베이징 주재 외국기관을 탈출로로 선택하게 만든 요인이 됐다고 한다.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강철환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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