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김대중) 대통령과 최규하(최규하), 전두환(전두환), 노태우(노태우) 세 전직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오찬을 갖고,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김영삼(김영삼) 전 대통령은 방미(방미)중이어서 불참했다.

세 전직 대통령들은 회담 성사를 축하하면서 각각 축배를 제의해, 포도주로 세차례 축배가 이뤄졌다. 또 재임중의 경험을 토대로 김 대통령에게 여러 ‘충고’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일부에서 북한 신헌법에 국가원수가 김영남이지 않느냐고 우려하기도 한다”면서, “정상회담 합의 때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하기로 명시했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배석한 박지원(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은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오찬에 앞서 노 전 대통령은 김 대통령에게 “고생 많이 했다”면서 “(24일 영수회담) 회담 모습이 좋았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큰 일 했다” “잘 하신 것 같다”라고 했다. 양식으로 1시간 30분간 계속된 오찬에는 박재규(박재규) 통일부 장관과 남북정상회담 협상의 특사였던 박지원 장관, 황원탁(황원탁) 청와대 외교안보, 남궁진(남궁진) 정무수석이 정상회담과 영수회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배석했다. 청와대 박준영(박준영) 대변인은 오찬 발언 가운데 ‘민감한 부분’을 제외한 내용을 공개했다. 다음은 그 요지.

▲노태우 전 대통령=세월이 흐르면 변하지 않는 것도 변하는데, 북한도 안 변할 듯 안 변할 듯 하면서도 변화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김대중 대통령=북한이 정상회담을 하기로 한 것은 결국 남과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꾸준히 햇볕정책을 추진하면서 남북이 평화공존, 공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는데, 이에 대한 이해가 넓어진 것 같다.

▲노=전두환 대통령 당시나, 내가 있을 때나, 남북문제를 추진할 때는 항상 북한이 우리 실정을 모르고 오판할 가능성이 있는 것을 우려해왔다. 따라서 당시 우리의 관심은 북한이 오판을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는 북한이 항상 무슨 조건을 달아 진전이 잘 되지 않았다. 지금도 국민의 뇌리 속에는 북한이 늘 조건을 달아왔기 때문에 이번에 왜 조건이 없었는지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이것을 국민들에게 잘 홍보해야 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민족의 장래를 위해 회담이 정말 성공하기 바란다. 그러나 50년만에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정상회담을 갖는 것만으로도 민족의 영광이자 희망이다. 양보할 것은 과감히 양보하고, 할 수 없는 것은 또 하지 말아야 한다. 50년 이상 대결해왔는데 첫 술에 배부를 수 있겠느냐.

▲노=재임 때 서동권(서동권) 안기부장이 김일성(김일성) 주석을 만났는 데 공직자로는 유일했다. 김정일은 실용주의자인 것 같다. 정상회담 합의를 보면서 세 가지가 확실한 것 같다. 하나는 김정일 위원장이 자기 체제를 확실히 확립한 것이고, 두번째는 확언할 수 없지만 실용주의 노선을 선택한 것이고, 세번째는 변화를 수용해가고 있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최규하 전 대통령=정상회담 절차 문제가 다 마련됐느냐. (남북조절위 때 참석한 경험을 얘기하며) 절차문제를 잘 챙겨봐야 한다.

▲노=이번에 보면 7·4 공동성명만 언급이 돼있는 데, 92년 남북기본합의서의 이행과 명분을 유념해서 강조해야 할 것이다.

▲김=예비회담에서 절차 문제 등이 합의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차분하고, 신중히, 또 욕심을 내지 않고 추진해서, 남북이 신뢰를 구축해가는 방향으로 하겠다.

▲전=우리 국민은 북한에 대해 불신감이 높다. 남북 정상회담은 민족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지만 북한이 근본적으로 변했는지를 유념하면서 대응하기를 바란다.

▲김=회담은 베를린 선언의 틀 속에서 논의될 것이다. 북한의 사회간접자본 투자 문제에 대해서는 국제금융기관이나 외국도 관심이 많다. 이산가족 문제 등도 실질적으로 논의되도록 하겠다. /김민배기자 baibai@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