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에서 북측 경비정과 전투를 벌이다 한쪽 다리를 잃은 이희완 대위가 10일 오후 모교인 경남 진해 해군사관학교 교정에서 신부 서하라씨와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렸다. 신부 서씨는 할아버지와 백부가 6·25전쟁과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한 국가유공자 가족이다./연합

지난 2002년 6월 서해교전에서 북측 경비정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다 한쪽 다리를 잃은 이희완(28·해사 54기) 대위가 10일 오후 1시 모교인 해군사관학교 교정에서 신부 서하라(27)양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하얀 해군 제복 차림에 서해교전 당시 세운 공으로 받은 충무무공훈장을 목에 두른 이 대위는 이날 입장 때 의족을 한 오른쪽 다리를 절기도 했지만 시종 씩씩하고 늠름한 모습으로 일관, 가족과 선·후배 등 800여 하객의 아낌없는 축복을 받았다.

전남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한 신부 서씨는 할아버지와 백부가 6·25전쟁과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한 국가유공자 가족. 해군사관학교 해양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 대위는 지난해 11월 서씨를 만나 사랑을 키워 왔다.

주례를 맡은 해사 교장 윤연 중장은 주례사에서 “이 대위는 ‘희생하자’는 해사 교훈(校訓)을 몸으로 실천한 ‘참군인’”이라며 “한배를 타고 인생의 긴 항해를 시작한 두 사람이 어떤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쉽게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멋진 항해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환한 표정의 이 대위는 “주위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살면서 해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결혼식을 마치고 파리와 로마로 6박7일간의 신혼여행을 떠난 두 사람은 진해 해군아파트에 신접 살림을 차린다. 이 대위는 내년 3월부터 국내 일반 대학에서 심리학 공부를 계속한 뒤 졸업 후 해사 생도들을 가르칠 예정이다.

서해교전 당시 우리측 고속정 ‘참수리-357호’의 부장(副長)이었던 이 대위는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 경비정이 가한 선제 함포 공격으로 인한 교전으로 두 다리를 다쳐 오른쪽 다리는 종아리 부근에서 절단해 의족을 했고, 왼쪽 다리는 뼈에 8㎝의 큰 상처를 입어 뼈 이식 수술을 받았다./진해=강인범기자 ibk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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