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본부=이철민기자】 24일부터 4주간 유엔본부에서는 ‘핵무기 비확산조약(NPT) 5년 평가회의(Review Conference)’가 열린다. 이 회의에서는 비동맹을 중심으로 한 국가들이 핵무기 보유국(NPT 인정 5개국)간에 가시적인 핵군축 결과가 없는 점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 70년에 발효한 NPT는 187개국이 가입해있으며, 국제 핵질서의 근간이 되는 기본 조약이다. 비가입국은 인도·파키스탄·쿠바·이스라엘 4개국뿐. 각국은 지난 95년 5월의 평가 회의(5년마다 개최)에서 ▲NPT의 유효성 무기한 연장 ▲조약의 평가 절차 강화 ▲핵 비확산과 군축을 위한 원칙과 목표라는 3가지 결정(decision)과, 중동지역 각국의 NPT 가입과 이 지역의 비핵화를 촉구하는 결의(resolution)를 하나의 패키지로 채택했다. 따라서 올해 회의에선 95년회의 이후 전개된 전세계 핵 관련 사안과 노력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설정하게 된다.

핵무기 비보유국 국가들의 비판은 NPT가 인정하는 미·러·영·불·중 5개 핵 보유국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NPT 무기한 연장’을 따낸 대신, 함께 이뤄져야 할 나머지 결정과 결의는 지난 5년간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

‘군축’면에서는 우선 95년 평가 회의때 거론된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이 96년 9월에 체결됐지만, 발효를 위해선 반드시 비준해야 할 44개국(원자력 발전능력 국가)중 28개국만이 비준을 마쳤다. 또 정작 CTBT를 주도했던 미국은 상원이 작년 10월 비준을 거부했다. 군축 성과의 또 다른 잣대인 ‘핵무기용 분열물질 생산금지 협약’(FMCT)은 이 조약 문안을 작성해야 할 ‘유엔 제네바 군축회의’ 회원국간에 이견을 좁히지 못해 전혀 진전을 못 봤다. 다만, 미·러시아간 핵 미사일의 수를 감축하는 ‘스타트(START) II’만이 러시아 의회 듀마가 지난 14일 이를 비준했다.

또 ‘평가 강화’부문에서도, 핵무기 비보유국들은 NPT 결정사항의 이행 여부를 전문적으로 다룰 집행 기구를 설치하자는 입장이지만, 5개 핵 보유국은 5년 평가 회의 방식을 고수한다. 이밖에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NPT 가입을 목표로 고집했던 ‘중동지역 비핵화 결의’ 역시 전혀 진전이 없다.

6월 남북 정상 회담을 앞둔 우리 정부가 이번 회의에서 NPT 당사자국인 북한을 겨냥할 발언의수위도 주목거리다. 한때 NPT를 탈퇴했던 북한은 94년 미·북 제네바 핵 합의때 따라 복귀했지만, 조약에도 없는 ‘특별한 지위’를 고집하며 작년까지 3차례 있었던 2000년 평가회의 준비회의에 매년 불참했으며, 올해도 불참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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