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열린 김대중(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회담은 청와대 본관 2층 백악실에서 낮 12시부터 1시간 50분 동안 진행됐다. 회담후 김 대통령과 이 총재가 모두 밝은 표정이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던 것 같다. “공개하지 않은 대화도 상당히 있었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회담 스케치

두 사람은 포도주를 곁들인 중국식 코스요리를 든 뒤 본격적인 대화에 들어갔다. 회담에서 김 대통령은 주로 이 총재의 말을 듣고, 필요한 것은 메모하는 ‘청취자’의 입장에 섰다고 한다. 청와대측은 회담 후에도 혹시 이 총재에게 ‘결례’가 될까 봐 회담내용도 공개하지 않다가 보도진의 성화에 마지못해 김 대통령의 발언부분만 공개할 정도로 이 총재에게 ‘신경’을 썼다.

두 사람은 회담에 앞서 선거와 날씨 등에 대한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김 대통령이 “선거 치르느라 고생했다”고 인사하자, 이 총재는 “혼났다”고 답변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건강해 보이셔서 좋다”고 덕담을 건넸고, 이 총재는 “이제 겨우 피로가 좀 회복됐다”고 답했고, 김 대통령이 “비가 좀 와서 해갈이 돼 다행”이라고 말하자, 이 총재도 “산불이 날 때 와서 단비였다”고 했다.

회담 직후 김 대통령과 이 총재는 양측 대변인을 불러 11개항의 공동발표문을 전달했다. 이어 “매우 좋은 분위기 속에 진지하고 호의적으로, 앞으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정치가 되고 건설적인 정치가 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 대통령), “그동안 정치가 국민이 안심하고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것과 동떨어져 있었는데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해소될 것으로 보여 상당히 만족한다”(이 총재)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회담 후 만면에 웃음을 머금은 채 당사로 돌아와 “서로가 만났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면서 “서로간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동영(정동영) 대변인은 “오늘 이후 어느 정치인, 어느 정당도 지역감정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는 근절되어야 한다”고 공식 논평했다.

◆공동발표문 진통

영수회담 공동발표문 작성은 막판까지 진통이었다. 이 총재는 청와대로 가는 순간까지 ‘법률에 의해 국회의 동의를 요하는 국민적 부담은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한다’고 한 내용에 대해 북한지원에 관한 법률도 없는 상황에서 국회동의는 무의미하다고 지적, 결국 영수회담에서 ‘법률에 의해’란 부분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3차례의 실무협상에서는 발표문 자구(자구)를 놓고 팽팽하게 대립했다. 한나라당은 대북문제에 있어서의 상호주의 원칙과 대한민국의 정체성 정립, 인위적 정계개편 불가 등을 발표문에 넣는 데 성공했으나 금권·관권선거에 대한 대통령의 유감표명과 책임자 문책, 인사청문회 등은 관철시키지 못했다. 대신 청와대측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환영메시지, 집단이기주의 불용 의지 등을 발표문에 담았다. 양측이 첨예하게 맞선 부분은 대북관계. 청와대측이 ‘경제협력’에 관한 상호주의만을 받아들이겠다는 데 대해 한나라당이 ‘경제협력 등’이란 표현으로 포괄 규정하려고 해 오전까지 벼랑끝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김민배기자

/윤정호기자 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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