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자는 올해 몇이가?”

“58년생 개띠요. ”

“그럼 거 뭐냐, 남쪽에서 말하는 386은 아니구먼. ”

지난 22일, 남북 정상회담 준비접촉이 열린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5년9개월여만에 다시 만난 20여명의 북한 기자들은 4·13 총선 결과 등 최근 우리 사정을 속속들이 학습한 듯 다양한 질문들을 우리측 기자들에게 던졌다. 386세대 당선자 중 전대협 의장을 지낸 임종석(임종석)씨 이름도 거론했다.

한 기자는 “이번 총선의 투표율이 사상 최저였다는데, 우리는 투표율이 99%가 넘어”라면서 “투표를 안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지?”라고 묻기도 했다. “오늘 온 기자들(통일부 출입)이 평양 (정상)회담에도 오느냐”고도 물었다

이밖에 “노근리 사건에 대한 남쪽 국민들의 감정은?”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비전향장기수 송환은…. ” “주한미군은 이제 철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질문들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지난 15일 시작된 연례적인 한·미 전시 증원 훈련을 거론하면서 “정상회담에 합의하고 어찌 전쟁연습을 하느냐”는 비판도 빠뜨리지 않았다.

북한 기자들의 대화 태도나 자세는 5년9개월여 전에 비해 유연해 보였다. 가능한 한 논쟁은 피하면서 ‘이번에는 잘 해보자’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한 기자는 “과거처럼 자기본위적으로 갑론을박하지 말자”고 한 김령성 북측 단장의 말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회담 성사 여부에 대해선 한결같이 “남쪽에서 요청했으니 남쪽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또 이번 회담이 ‘김정일 장군’의 결단에 의해 합의가 됐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명분과 원칙도 중요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남북 평화공존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선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론 안 된다는 것을 북측 ‘보도 일꾼’들도 알고 있을까? /판문점=김인구 정치부 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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