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략 물자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독가스 무기로 전용될지 모를 청화소다가 버젓이 북한으로 재수출됐는데도 이를 새까맣게 모르고 있는가 하면, 사건 적발도 자체 조사가 아닌 상대방 국가의 통보에 의존하는 등 사후 조치에만 급급하고 있다.

전략물자 수출업체는 산업자원부로부터 해당 품목의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중국을 경유해 북한으로 수출된 청화소다(시안화나트륨)는 국내 업체가 수출 허가서 없이 여섯 차례나 중국으로 건너갔지만, 한번도 제재를 받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6~9월 3개월에 걸쳐 부산항에서 시안화나트륨 107.8t이 선적됐는데도, 정부 당국은커녕 국정원조차 감지하지 못했다.

정부의 전략물자 사후관리는 너무나 부실하다. 현재 산자부는 수출업체가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면 물품의 수입국, 수입업체, 최종 사용자 등을 확인한다. 산자부는 그러나 허가서를 내준 뒤 허가내용대로 수출이 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청화소다의 경우 국내에서는 태광산업과 동서화학만이 생산하고 있어, 이 두 업체가 어디에 파는지만 철저히 확인해도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또 중구난방식으로 청화소다를 수출하는 W, O, S사 등 20여개의 무역업체에 대해 아무런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산자부는 “전략물자로 분류된 품목 수가 1993종이나 돼 철저한 심사가 불가능하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정부가 ‘전략물자’를 일부러 지정, 분류까지 해놓은 마당에 단지 숫자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부실관리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통관 관리도 허술하다. 수출업자는 수출허가서를 받으면 곧바로 세관 통관 절차를 거쳐 전략물자를 수출한다. 중국으로 수출된 청화소다는 비전략 품목으로 이름이 바뀌어져 수출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전략물자는 수출허가서가 첨부돼야 통관될 수 있다. 이번의 경우 세관은 물품허가서와 통관 물품을 전수조사하기는커녕 샘플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전략물자 수입국의 관계당국과 공조체계도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해당국으로 수출했던 청화소다가 제3국으로 재수출될 수 있어, 해당 국가와 공조체제를 구축하지 않으면 북한으로 전략물자가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산자부와 현지 공관과의 손발도 제때 이뤄지지 않는 등 부처 간 공조체제도 느슨하다.
/ 최우석기자 ws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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