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하는 이유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의 성능 개선을 위한 목적도 있지만 무력을 대외에 과시하려는 정치적 포석도 담겨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마디로 북한의 입장에서 미사일 실험 혹은 시험발사는 단순히 무기 체계 개선이라는 군사적ㆍ기술적 측면을 넘어 대외에 자신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정치적인 의도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1993년 5월 노동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어 1998년 8월에는 대포동 미사일 발사까지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장거리 미사일 발사실험을 했다. 당시는 이른바 1ㆍ 2차 ‘북핵 위기’로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던 시점이라는공통점이 존재한다.

당연히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사정권에 들어있는 일본을 비롯한 국제사회를발칵 뒤집어 놓았고 북한 역시 군사적 억지력을 대외에 과시함으로써 자신들이 호락호락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일본 언론을 통해 처음 보도된 북한의 미사일 실험 준비 징후 역시 2002년 10월 이른바 ‘고농축우라늄(HEU) 시인 파문’에서 시작된 북핵 위기로 국제사회의 압박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미국 상원의 북한인권법안 상정, 화학무기 원료로도 전용될 수 있는 시안화나트륨 북송 사건 등으로 대외적 압력이 점증하면서 북한이 돌파구 마련 차원에서 뭔가‘깜짝쇼’를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주한미군 후방 재배치에 따라 휴전선에 배치한 장사정포들이 무력화되는 딜레마에 빠진 북한이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군사적억제력으로서 미사일의 존재를 부각시키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이 1999년 이후 노동미사일을 비롯한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유예해왔지만 꾸준히 미사일의 성능 개량을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이제는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시기에 도달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노동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할지 여부는 여전히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견해가 다소 엇갈리고 있다.

정 대표는 “과거에도 수차례 시험발사 징후가 있었지만 실현된 적은 없었다”며“북한이 미사일 모라토리엄(발사유예)을 깰 경우 국제적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는점을 뻔히 알면서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태우 국방대학원 박사는 “지금 역시 제3차 북핵 위기가 불거져 있다는점에서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했던 1993년 5월과 1998년 8월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말해 미사일 발사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ㆍ일본과 각각 합의한 미사일모라토리엄(시험발사 유예) 선언의 전제 조건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시험발사를 강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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