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 함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시 우리 해군의 대응 지침을 규정한 합동참모본부 작전 예규(例規)가 최근 바뀐 것으로 밝혀졌다.

변경된 작전 예규는 북(北)의 NLL 침범 시 경고 사격 이전에 제3국 선박 단속이나 북한 선박 구조 목적으로 NLL을 침범했을 때엔 통신을 유지하면서 일시 활동을 허용하고 북 함정이 NLL 무력화 의도가 없는 경우 시간을 갖고 신중히 대응하도록 하는 조항을 끼워넣은 것이다.

NLL 침범 시 무력 시위 퇴거 불응 시 즉각 경고 사격 재 불응 시 격파(조준) 사격으로 되어 있던 지금까지의 명쾌한 지침을 복잡하게 만든 것이다. 한 마디로 서해 NLL에서 가급적이면 소란스러운 일은 일으키지 말란 얘기다.

합참은 지난 6월 남북 장성급 회담을 통해 서해상에서의 충돌 방지를 위한 통신 망 확보 등 신뢰 구축 조처가 이뤄진 점을 감안해 이런 규정을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합참의 이 같은 설명은 일촉즉발의 긴장을 유지해야 할 최전선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이다.

북한은 장성급 회담에서 합의한 휴전선 일대의 선전물 철거를 완료하지 않고 있고 함정 간 상호 교신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 누구보다 합참이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변경된 작전 예규에서 특히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은 ‘NLL 무력화 의도가 없는 경우’란 조항이다. 최전선을 지키는 초병의 의무는 경계선을 넘는 적을 격퇴하거나 섬멸하는 것이지 그들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의도’는 합참 지휘부가 판단해야 할 일이다. 합참의 작전 예규 변경은 최전선을 지키는 초병더러 ‘적의 작전 의도를 파악한 다음’에야 반격하라는 말이니 사실상 영토 주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한가지다.

정말 이런 터무니 없는 예규 변경이 합참의 뜻인지 이 정부 핵심의 주체 사상 연구자의 생각인지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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