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02년 7월 1일 `경제관리개선조치'라는 이름의 경제개혁을 실시한지 2년이 지났다. 아사히(朝日)신문은 31일 `사회주의 원칙견지'를 표방하면서 `실리(實利)'도 강조하는 북한 경제개혁 르포기사를 1개면을 할애해 게재했다. 주요 내용을 간추린다.

"3천원짜리를 2천500원에 드려요."

평양시 락랑구역에 있는 대형 종합시장인 `통일거리시장.' 소형 가방값을 묻자 판매원 여성이 느닷없이 에누리를 해주겠다고 한다.

이 시장에는 작은 부스가 수없이 많다. 다양한 유니폼을 입은 여성판매원이 상품을 진열하고 있고 많은 고객이 물건을 고른다. 식품, 일용품, 의류, 신발 등 물건도 풍부하다. 중국제가 많지만 일본제와 한국제도 있다.

북한산 대동강맥주 큰 병 400원, 북한제 고무장화 7천원, 중국제 스포츠화 1만원, 노트 150원, 바나나 1㎏ 1천원, 사과 1㎏ 50원. 간장을 파는 의사출신의 류권실(70)씨는 하루 1천원의 이익이 나는 날도 있고 손님이 없는 날도 있다"고 말했다. 하루 수입이 1만원이 넘는다는 사람도 몇명 있었다.

물건값은 상당히 비싸다. 나중에 인터뷰한 정부계 연구기관인 사회과학원의 이기성(李基成)실장(61)은 자신의 월급이 4천500원이라고 했다. 한달 월급으로 북한산 장화 한켤레도 못산다는 이야기다.

북한에서는 잉여농산물을 판매하는 농민시장이 일찍부터 인정됐다. 그러나 경제난에 직면하고부터는 금지해왔던 공업제품과 일용품도 판매되기 시작했다. 경제개혁 실시후인 2003년 봄에는 판매가 공인돼 종합시장이 됐다. 평양에는 18개인 구역별로 1-3개의 시장이 있다고 한다.

통일시장거리는 작년 9월에 개장했다. 면적 6천700㎡, 판매원 약 1천400명. "판매원은 하루 40-60원을 장소료로 내도록 돼 있다"는 게 시장담당자의 설명이다. 제한은 있지만 공장과 기업도 장사를 할 수 있다. 이용자는 하루 7만-10만명.

출입구에는 `판매금지품', `한도가격' 등이 표시돼 있다. 군용품과 각종 출판물, 훈장, 메달, 전자매체(주파수가 고정되지 않은 반도체 라디오가 붙은 전자일용제품)등은 금지품이다. 한도가격표에는 `백미 1㎏당 420원' 등 19개 품목의 상한가격이 표시돼 있다.

`돼지고기 ㎏당 1천원'. 2002년 7월 당시 북한 내부자료에는 "현재 개인상인이 돼지고기(생육) 1㎏을 60-80원에 사들여 농민시장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으나 앞으로 는 국가가 사들이는 가격이 1㎏당 110원으로 더 높기 때문에 자연히 개인상인은 없어질 것"이라고 돼 있으나 예상은 빗나간 것 같다.

시내 여기저기에 간이텐트로 만든 노점이 눈에 띈다. 주스와 아이스크림 등을 팔고 있다. `경제개혁'이후 독립채산제가 강화되면서 식당 등이 매출액을 늘리기 위해 가게를 열고 있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협동농장에는 2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 하나는 지금까지 70명 단위로 구성되는 `작업반'별로 농산물 판매대금을 나누던 것을 15-25명 단위의 `분조'에 분배권을 이양했다. 1개 분조에 한해 시험적으로 10-12명으로 나누는 실험도 해보고 있다.

또 하나는 토지에 8개의 등급을 매겨 토지사용료에 차등을 두어 분조에 부과한 점. 이 제도로 농민의 생산의욕이 높아져 재작년에는 자연재해에도 불구, 야채는 1.5배, 곡물도 평년의 1.2배 수확이 이뤄졌다고 평양순안구역 택암협동농장 관리사무소장 정명철(41)씨가 설명했다.

현대아산과 합작으로 `개성공업지구' 조성이 이뤄지고 있는 개성에서는 "운전수 30명 모집에 300명이 응모했다. 임금도 최저 월 57.5달러로 좋은 편이다. 이 사업은 남북 쌍방에 이익이 된다." 개성시 대외사업국장 정영철(43)씨는 신이 나서 설명했다.

북한은 경제개혁을 실시하면서 달러당 2.2원이던 환율을 달러당 150원으로 조정했지만 달러화가 계속 올라 공적금융기관에 달러가 모이지 않자 2003년 여름부터 국내용으로 별도의 변동환율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환율은 달러당 2천원 정도라고 한다.

사회과학원 이기성 실장은 인터뷰에서 경제개혁은 실리중시와 생산의욕 향상을 겨냥한 것으로 지난 2년간 기업이 이익을 내도록 개선됐고 임금도 높아져 작년에 공업생산액이 10%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에 대해 "다른 나라가 자기 실정에 맞춰 하는 일을 존중하지만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개념은 우리에게는 없으며 우리는 개혁.개방이라는 표현에 반대하지 않지만 미국 등이 강요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도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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