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소설가 홍석중씨가 쓴 역사소설 '황진이' 표지. 황씨는 이 작품이 국내판으로 출간됐다.

올해 만해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북한소설 '황진이'(대훈 刊.전2권)의 국내판이 출간됐다.

'황진이'는 대하소설 '임꺽정'의 저자인 벽초 홍명희의 손자이자 국어학자 홍기문의 아들인 작가 홍석중(洪錫中.63)이 2년전 북한에서 발표한 소설. 그동안 대훈서적(대표 김주팔)이 수입.보급해온 북한판 '황진이'는 지질과 인쇄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 수입분량이 한정돼 있어 일반 독자들의 접근이 어려웠다.

만해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뒤 이 작품에 대해 국내 독자들의 관심이 커지자 '황진이'의 국내 출판권을 가진 대훈서적이 편집과 장정을 독자들의 감각에 맞춰 두 권짜리 책으로 출간했다.

이에 따라 '황진이'는 정식 계약을 통해 국내에 출간된 첫 북한소설로 기록되게 됐다. 국내판은 오는 24일 평양에서 열릴 남북작가대회에서 작가 홍석중에게 증정될 예정이다.

홍석중의 '황진이'는 조선시대 사대부의 시각으로 전승돼온 화담 서경덕과 황진이의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작가는 황진사댁 하인 출신인 가공인물 '놈이'를 내세워 기생 황진이와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렸다.

소설속 황진이는 황진사가 여종의 몸에서 낳은 딸이지만 출생비밀을 모른 채 양반댁 규수로 성장한다. 출생의 비밀을 누설한 사람은 황진이를 짝사랑하던 놈이였다.

윤승지댁과 혼사가 오가던 중 출생비밀을 알게 된 황진이는 허위와 위선으로 가득찬 양반 사대부에 대한 복수심으로 놈이와 육체관계를 맺은 뒤 송도 객주가인 청교방의 기생으로 들어간다.

화적으로 변한 놈이가 관헌에 붙잡혀 효수형에 처해지기까지 두 사람은 사랑을 불태운다. 놈이의 시신을 묻어준 황진이가 소리꾼으로 전국을 떠돌다 생을 마감한다는 것이 소설의 주요 줄거리다.

이 소설은 북한소설로는 드물게 거침없는 성애장면 묘사 등으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남북한에서 사용되는 질박한 우리말 어휘를 풍성하게 담고 있다.

소설에는 '장맞이' '깨금내기' 등 서울의 어휘가 빈번하게 등장하고, 출가한 여자를 뜻하는 '집난이' 등 북한에서만 사용되는 단어들도 많아 남북한의 생생한 언어를 두루 맛볼 수 있다.

대훈서적 김주팔 대표는 12일 낮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클럽에서 가진 출판기념회에서 "소설 '황진이'는 반세기동안 이질화된 남북한 문화의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며 "북한판 1천440부를 수입해 국내 서점에 배포한 뒤 읽기가 나쁜데다 가격이 비싸다는 의견을 듣고 일반 독자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국내판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대표는 "책을 새롭게 편집하는 과정에서 줄거리 진행과 독자의 상상력을 방해할 소지가 있다는 편집자의 뜻에 따라 북한판에 실려 있는 삽화를 뺐다"면서 "최근 구입한 삽화의 원화 12장을 우편엽서 형태로 제작해 일반에게 보급하고, 원화의 전시회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각권 330쪽 내외. 각권 9천500원.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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