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증시는 붕괴의 공포감에 휩싸여 있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작년 말 이후 나스닥 시장과 동반상승을 했기 때문에 추가하락에 대한 우려가 높다. 우리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들은 금년 들어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들은 지난 2년간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한 한국증시에서 주식을 팔아 이제는 이익을 실현해야 된다는 유혹을 받고 있다.

반면 다른 측면에서는 한국 기업 가운데도 전 세계 하이테크 및 통신시장의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부상하면서 이들 주식을 추가로 사야 된다는 유혹을 받고 있다. 그 결과 금년 들어 6조원 이상의 외국인 순매수가 이루어졌지만 그 과실은 일부 첨단기업에 편중되었다.

외국인들이 일반적 예상과 달리 금년에 적극적으로 한국주식을 매수한 배경에는 한국이 미국 다음으로 신경제(신경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17일 국내 주가의 하락은 대내적인 요인보다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외적인 요인에 있다. 따라서 한국증시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미국 주가 폭락의 원인과 향후 추이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FRB의장은 고평가된 나스닥을 겨냥하여 지난 하반기부터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시키면서 주가하락을 직·간접적으로 유도하여 왔다. 이는 나스닥주가가 그 당시 추가로 급등하면 그 후유증으로 미국경제가 연착륙에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감에서 비롯되었다.

작년 이후 미국 하이테크 주가의 ‘버블논쟁’이 지속되어 왔다. 이는 2000년 예상 PER(주가수익비율) 기준으로 S&P500 지수가 20~25배 수준인데 반해, 나스닥은 100배를 상회하였기 때문이다. 고주가(valuation)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저물가 및 저금리가 유지되어야 하는데 지난주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발표는 금리에 매우 민감한 하이테크 주식의 하락을 촉발하였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주가 하락시 기관투자가들은 환매(예탁금 인출) 압력을 받기에 보유주식을 처분하게 마련이다. 그 결과 주가가 추락하는 악순환을 겪는다. 세계증시의 나침반인 미국주가는 조만간 안정세를 보일 것인데 가장 큰 이유는 견조한 기업수익 및 하반기 이후 물가의 안정 때문이다.

1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볼 때 미국기업의 실적이 양호하고 금년 전체로 15% 이상의 기업이익 증가가 예상된다. 또한 국제유가의 하락과 (주가폭락에 따른) 소비의 진정으로 물가 및 금리가 여름을 넘기면서 안정화될 것이다. 전 세계를 주도하는 미국의 ‘신경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에 금리의 하향화는 주가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다. 국내 주가도 블루칩을 중심으로 조만간 회복을 보일 것이다. 반면에 코스닥시장은 일부 벤처들의 장기 수익성과 비즈니스 모델이 의문시되기에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이다. 한국은 지난 2년간 혹독한 구조조정을 해왔는데 신경제를 대표하는 벤처 및 인터넷 기업은 이러한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키고 완결시켜 줄 것이다.

그러나 유의해야 할 사실은 이러한 ‘신경제’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는 기업은 인터넷기업이 아니고 B2B(기업대기업) 전자상거래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구경제’의 기업일 것이다. 아마 내년일 경기의 정점을 지난 2002년에도 기업수익이 감소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전자상거래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에 기인하는 바 크다.

하반기에 북한특수에 따른 자금 가수요만 크게 없다면 금리가 예상 외로 많이 하락할 수 있다. ‘현명한 투자가’는 주가의 두 가지 결정요소인 기업수익과 금리전망이 밝은 현 시점에서 저가매수를 시도할 것이다.

/이남우 삼성증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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