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국정원 등으로 구성된 정부합동조사단의 `서해상 북방한계선(NLL) 교신내용 보고누락' 사건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문책범위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9일까지의 조사 결과 중국어선이 NLL을 침범했다는 북한측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해군의 해상기동과 경고방송, 함포사격에 이르는 일련의 작전행위는 크게 문제삼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함포사격 직전인 14일 오후 4시52분께 남북 해군함정간 핫라인으로 사용중인 국제상선공통망을 통해 응신한 사실이 있는데도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군의 정보라인 관계자들에 대한 문책은 불가피하다는 게 군의 중론이다.

대북통신감청부대는 "중국 어선이 내려가고 있다"는 북측의 통보사실을 감지하고도 합참보고를 약 30∼40분간 늦췄던 것으로 드러나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군 안팎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합참의 경우 대북통신감청부대로부터 북한의 무선교신이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인지하고도 이를 내부계통을 밟아 합참의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묵살한 행위에 대해서는 중징계처분이 내려져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보수집 전담 부서가 함포가 발사될 정도로 긴박했던 서해상 상황을 가감 없이 보고하지 않았다면 군내 최고 군령권자인 합참의장이 왜곡된 정보로 인해 상황을 오판, 잘못된 작전명령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경비정이 4차례에 걸친 경고방송을 무시하고 NLL을 넘어 계속 남하하고 있다는 사실만 보고되고 북측의 응신이 있었다는 내용이 누락될 경우 합참의장으로서는 주권수호 차원에서 강력 대응조치를 고수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합참 정보담당 부서의 경우 평소 폐쇄적인 조직운영으로 인해 외부의 감시와 견제를 거의 받지 않아 기강해이 현상이 우려된 점에 비춰 이번 보고누락을 계기로 일벌백계 형태의 극약처방이 내려져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합조단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해군의 경우 사건 당일 핫라인을 통해 중국 어선으로 위장해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에 대해 경고사격을 가한 것은 적절한 현장조치였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어 사전보고 누락에 따른 징계 여부는 다소 논란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2년 서해교전 당시 북측의 기습공격으로 장병 6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한 악몽을 잊지 못하는 해군으로서는 상호교신 형태가 아니라 거짓내용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북측의 송신을 상부에 보고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용옥 전 국방부차관은 "이번 합조단 조사는 보고절차의 하자 여부에 중점을 두기보다 해군 장병들이 기본경계임무를 행동수칙에 따라 시의적절하게 완수했는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북한이 일부에서 대북강력대응파로 분류하는 김종환 합참의장에게 타격을 가하기 위한 고도의 술책으로 NLL을 침범하고 있다는 진단이 군 일각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지난해 4월 합참의장 취임 이후 어떠한 영토침해행위에 대해서도 강력 대응토록 육.해.공군에 지시한 김 의장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NLL 월선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군은 김 의장 취임 이후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은 물론, 일반 선박에 대해서도 경고사격을 가했으며 육군도 지난해 7월 비무장지대(DMZ)의 북한군 경계초소(GP)에서 아군을 향해 총격이 가해지자 곧바로 응사했다.

북한은 이러한 행태에 노골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던 상황에서 이번 서해상 함포사격을 계기로 김 의장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듯한 행동을 노골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해상 함포사격 다음 날 남측에 항의서한을 보내 공식사과를 요구한 데 이어 19일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장성급군사회담 실무대표 회담을 아무런 사전설명도 없이 돌연 무산시킨 것이다.

김 의장의 대북 강경태도가 한반도의 급속한 화해분위기 조성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려는 북한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따라서 이번 합조단 향후 조사결과와 징계 범위 및 수위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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