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등 북한의 일부 언론이 박용길 장로 등 남측 인사의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 방북이 취소된 뉴스를 취급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지난 8일 오후 대변인 담화를 통해 조문 방북이 취소된 것은 북한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북남 사이의 초보적인 인사내왕도 가로막는 자들에게는 내왕의 길을 열어 줄 생각이 없다"고 반발했다.

북한 당국은 후속조치로 민간단체의 방북 및 남북해운 실무접촉의 연기를 통보해와 아직까지 재개되지 않고 있다.

북한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도 9일 오후 대변인 담화를 발표, "앞으로의 북남 내왕과 전반적 북남관계에 미칠 심각한 후과(부정적 결과)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조선중앙통신과 평양방송 등 대외홍보 성격을 띤 북한 언론매체는 조평통과 민화협의 이같은 반응을 당일 신속하게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중앙방송, 노동신문, 민주조선(내각기관지) 등 북한 주민들에게 뉴스를 전달하는 언론매체는 이례적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

16일 입수된 7월 8∼12일자 노동신문과 민조조선에도 조평통 및 민화협의 담화내용뿐 아니라 추모대표단 방북 취소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이같은 이중적인 태도는 조문단 사건으로 남북관계를 장기간 경색시키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정부와 대북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남측의 조문 불허 사실이 내부적으로 알려질 경우 주민들의 감정 등을 감안해 선뜻 남북관계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의 입장에서는 김일성 조문이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해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일시적인 차질은 있겠지만 남북간 냉각관계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조문단 방북 취소에 대한 불만으로 남북해운실무접촉 연기를 통보하면서도 제10차 이산가족상봉행사는 예정대로 진행하고 남측 민간단체의 방북을 연기하면서 "향후 계속 협력하자"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대북지원 민간단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북측 관계자로부터 `조문단 방북 취소에 대해서는 이미 통보를 받았지만 남측 언론에 보도가 나갔기 때문에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는 말을 들었다"며 "북측은 내심 조문단 방북 취소사실이 공개되지 않고 조용히 지나가기 바랐던 것 같다"고 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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