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갑자기 대북지원단체와 종교단체의 평양 방문 일정을 줄줄이 연기하고 있는 것으로 8일 알려졌다.

북측은 남측 민간단체에 7일자로 서한을 보내 연기를 통보하면서 "돌발적으로 뜻밖에 생긴 정황으로 부득이 평양방문을 뒤로 미루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며 "향후 계속 협력하자"고 전했다.

또 중국 선양(瀋陽) 주재 북한 영사관에서는 방북을 준비하고 있는 각종 남측단체의 입북비자 발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방문 연기기한에 대해 명시하지 않았으나 관계당국에서는 20일을 전후로 북한 방문이 재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8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대변인 담화를 통해 고(故)문익환 목사의 부인인 박용길 장로 등 남한 인사의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 방북이 취소된 것과 관련, "북남 사이의 초보적인 인사내왕도 가로막는 자들에게는 내왕의 길을 열어 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조평통은 또 "우리의 체제를 부정하고 우리를 대화상대로 하지 않으려는 자들과는 더 이상 상종할 의사가 없다"며 "남한에서 총리와 통일부장관이 새로 부임하자마자 북남관계를 6ㆍ15 이전의 '문민정권' 시기로 끌어가려는 데 대해 책임을 엄격히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북측은 여러 채널을 통해 박 장로의 방북이 불허될 경우, 남북관계에 차질이 올 수 있음을 지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부는 북측 조치가 남북관계에 미칠 여파에 주목하면서 11일부터 금강산에서 열릴 예정인 제1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진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해 8일 금강산에 들어간 대한적십자사와 정부의 선발대는 아직 현지에서 별다른 이상징후가 없음을 본부에 알려왔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의 언급이 매우 온건하다"며 "남북관계 전반의 영향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측은 연기를 통보하면서 남측의 이해를 구하는 등 과거 남북관계 차질로 이어지던 때와는 다른 양상"이라며 "향후 남측의 계속적인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다른 모습"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차질이 생기면 남한 국민정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북측도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강영식 사무국장은 "이달 20일 전으로 우리 단체에서만 7개팀이 방북할 예정이었는데 업무에 차질을 빚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 2000년 당창건 55주년 기념행사 때도 남한 정부가 방북을 선별, 허용한 데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남북관계 진전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