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차 6자회담에 대한 북한측 평가가 나왔다.

외무성 대변인이 회담 종료 이틀째인 28일 담화를 발표, 이번 회담에 대한 북측의 공식적 입장을 밝혔다.

북측 평가는 앞서 베이징에서 전해진 대로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다 포함돼 있다. 지금까지 북측으로부터 회담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나온 적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회담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할 수 있지만 부정적 평가가상대적으로 더 많다는 사실은 북ㆍ미 간 불신의 골이 깊다는 것을 거듭 보여준다.

외무성 대변인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대목은 △지금까지 회담과는 달리 각 측이 여러가지 제안과 방도를 내놓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토의를 진행했고 △이번 회담을 통해 진전을 가져 올 수 있는 일부 공통적인 요소를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측이 북측의 ‘동결 대 보상’ 제안에 유의하면서 심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한 데 대해 주목하면서 자신들이 제의한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원칙에 따른‘동시행동 조치’를 취하고 ‘동결 대 보상’ 문제를 토의하기로 합의한 것은 “이번 회담이 이룩한 하나의 긍정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ㆍ미 사이에는 여전히 “커다란 의견상이”가 남아 있다면서 양국 사이의 불신과 오해 때문에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현실적 조건’을 감안해 북측은 일괄타결 방식의 제 1단계 행동조치로서‘동결 대 보상’ 안을 제의했으나 미측은 아직도 선(先)핵폐기를 통한 북한의 무장해제만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북측이 특히 문제삼은 부분은 미국이 제안한 ‘핵폐기의 3개월 준비기간’이다.

외무성 담화는 “미국의 제안을 해부해 보면 유감스럽게도 우리를 무장해제하기 위한 저들(미국)의 요구사항만을 단계적으로 열거한 것으로서 우리의 일방적인 핵폐기가 깨깨(완전히) 완료된 다음에야 저들이 할 바를 논의나 하겠다는 정도에 머물고있다”며 “매우 비과학적이고 비현실적인 억지주장”이라고 깎아내렸다.

미측 제안은 북측이 3개월 기간에 고농축우라늄(HEU) 핵프로그램을 포함한 핵폐기 선언을 하고, 핵 프로그램 및 시설 제거를 위한 준비 등의 조치를 이행하면 그에대한 상응조치를 이행하겠다는 것이 골자이다.

북측으로서는 자신들이 없다고 주장하는 HEU 핵프로그램을 시인하고 폐기 선언을 해야 할 판이니 미측 제안을 ‘억지주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또 핵 프로그램 및 시설 제거를 위한 ‘준비’가 무엇을 지칭하는지, 미측이 이행할 ‘상응조치’가 무엇인지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북측도 지적했듯이 이런 문제 때문에 회담 마지막 날 발표된 의장성명에는 ‘핵 폐기의 3개월 준비기간’이 빠져 있다. 오히려 북측이 주장해 온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등 독특한 용어가 포함돼 북측 요구사항이 상당 부분 관철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미측이 3개월 준비기간 제의를 쉽사리 철회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왜냐면 미국은 북한이 HEU 핵프로그램을 갖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모처럼 마련된 ‘좋은 분위기’가 지속돼 6자회담이 핵문제해결의 해법을 도출해내는 데 까지는 적잖은 시간과 진통이 예상된다는 게 일반적인관측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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