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된 북핵 3차 6자회담 본회담에서 미국이 모든 북한 핵의 폐기를 전제로 보상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북한도 핵 동결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내놓겠다고 함으로써, 이번 회담에서 북핵 문제해결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미국측 대표단에 북한의 핵 포기에 대한 ‘대가 지급’을 협상 조건으로 제시하도록 승인했다.

미국의 새 협상 조건은 북한이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 포기를 선언할 경우, 한·중·러·일이 북한에 중유를 공급하고, 미국은 북한을 침공하거나 김정일 정권 전복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잠정적인 보장을 하는 방안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북한이 핵시설을 폐쇄하는 ‘해체 준비단계’로 3개월의 시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자발적으로 대량살상무기 해체를 선언한 리비아 모델을 북한에 적용, 북한이 모든 핵계획 포기를 선언할 경우, 즉각 국제적인 지원을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는 그동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핵폐기(CVID)를 주장하며, 북한의 ‘나쁜 행동’에 보상을 하지 않겠다고 한 미국의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난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측 제임스 켈리 수석대표는 이날 6자회담 개막식 인사말을 통해 “우리는 신중한 논의를 위해 새로운 제안을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이번 회담에서 실용적이고 유효한 방법에 중점을 둘 것이며, 양국 간 새로운 정치·경제·외교 관계의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매우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일단 북한의 반응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김계관 수석대표는 이날 개막식 인사말에서 “우리는 영원히 핵무기를 보유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미국의 핵 공격에 맞서 우리 자신을 보호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동결 대 보상안’이 교착 상태를 타개하는 가장 현실성 있는 안이라며, “CVID정책을 철회하고, 우리의 보상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로 핵 동결에 대해 구체적인 안을 내놓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이 이 같은 신축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회담 전망에 대해서 낙관하기 이르다는 전망도 있다. 우리측 회담 관계자는 “아직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조중식기자 jscho@chosun.com
/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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