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달 말에서 7월초 사이에 러시아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김 위원장의 방러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소식을 전한 소식통들은 김 위원장이 북한 핵문제와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방문은 무엇보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과의 전방위 정상외교를 통해 핵문제 및 경제난 해결 등 북한에 유리한 정치ㆍ경제적 환경을 주도적으로 조성해 나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만나 정상회담을 갖고 핵문제 해결에서 인내심과 신축적인 자세를 밝힌 데 이어 지난달에는 평양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납치자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북ㆍ일 국교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에 합의했다.

남북 정상회담은 비록 이뤄지지 않았으나, 김 위원장은 6ㆍ15공동선언 4돌기념 국제토론회에 참석한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통해 "남북이 현재의 좋은 흐름을 계속 끌고 나가 남북관계를 크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노 대통령도 "북핵문제가 해결되면 남북간 협력은 더욱 본격화될 것"이라며 "우리는 그때에 대비해 포괄적이고도 구체적인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까지 방문한다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참가국 중 미국을 제외한 국가의 정상들과 모두 직간접 대화를 통해 북한을 둘러싼 국제환경을 긍정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정상외교는 결국 북핵문제 해결에도 유리하게 작용, 이라크문제 등으로 곤경에 빠져있는 부시 미국 행정부를 압박해 핵문제 등 대북강경정책을 누그러뜨리는 데 호재로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또 경제개혁과 경제난 해소를 위해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려는 의도로 관측되고 있다.

북한은 최근 러시아 극동지방과 농업 및 임업에 이어 정보기술(IT) 부문으로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극동지방에서 전력을 공급받는 방안 등 에너지 부문 협력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최근 남쪽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철의 실크로드 심포지엄'과 `동북아 전력계통 연계 관련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것은 러시아 등 주변국들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는 북측의 의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북측은 러-북-남을 연결하는 전력망을 통해 이득을 얻을 수 있으며, 철도연결사업 역시 북측 구간 이용시 발생하는 수송료와 통과료 등 엄청난 수익을 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러시아와 경제협력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진전하는 남북관계와 함께 중국방문 및 북ㆍ일 정상회담에 이어 러시아까지 방문함으로써 미국을 간접적으로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핵문제 등 미국의 대북강경정책에 장기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주변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 교수는 또 "러시아와 경제적 협력은 시베리아 개발 프로젝트와 에너지, 철도 등 여러 면에서 북한의 이해관계가 절실하다"며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한다면 경제협력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김 위원장은 러시아 방문에서 한반도의 주변환경을 북한에 유리하게 조성, 미국의 대북강경정책을 유연하게 만들면서 경제적 실익까지 챙기려는 다목적 카드를 구사할 것이란 관측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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