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양재동 시민의숲 내 KAL858기 위령탑에서 KAL858기 가족회와 진상규명시민대책위원회원들이 KAL기 사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진을 태우려다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연합

지난 87년 바그다드에서 서울로 오다 폭발한 대한항공(KAL) 858편의 유가족들이 3일 오전 서울 양재동 ‘시민의 숲’에서 ‘KAL858편 위령탑’ 거부 선언식을 열고, 정부의 재조사를 요구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KAL858편이 북한 간첩에 의해 폭파됐다는 국가안전기획부의 수사발표는 거짓과 조작”이라며 “우리는 사건 진상도 다 밝혀지지 않은 채 거짓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위령탑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 도중 주최측인 ‘KAL858기 가족회’(회장 차옥정)와 ‘KAL858기 사건진상규명시민대책위’(위원장 김병상) 소속 회원 40여명이 위령탑 비문을 깨려고 시도하다 제지를 받기도 했다. 이 위령탑은 폭발사고로 희생된 승객들과 승무원들을 기리기 위해 지난 90년 4월 세워진 것이다.

이들은 이날 망치와 정을 이용, 위령탑 비문에 씌어진 사건개요문 글귀를 부수고 그 위에 ‘진실을 말하라’는 종이를 붙이려다 미리 출동해있던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위령탑 비문에는 ‘북한은 … 비밀공작원 김승일과 김현희를 시켜…’라는 글귀가 씌어있다.

선언식이 끝난 뒤 이들은 양재 ‘시민의 숲’에서 매헌로로 나와 4개 차로 중 3개 차로를 막고 약 1시간 20분 동안 농성을 벌이다 오후 1시50분쯤 해산했다.
신은진기자 momof@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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