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임기 말 북한의 미사일과 관련한 북미 간의 협상이 거의 타결을 눈 앞에 두고 있었으나 대선 공방과 선거에서 승리한 공화당측의 미온적인 반응으로 결국 결실을 보지 못했다고 뉴욕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전현직 정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일련의 비밀회담에서 사거리 300마일(약 500㎞) 이상 미사일의 생산과 시험, 배치 금지 등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 동의했다고 밝혔다.

클린턴 대통령 행정부 말기의 대북정책 조율사였던 웬디 셔먼 당시 대북정책 조정관은 최근 회견에서 미사일 문제를 둘러싼 북미 협상에 관해 "일부 핵심적인 세부내용이 해결되지 않았지만 합의에 거의 도달해있었다"고 말해 이 같은 설명을 뒷받침했다.

셔먼 조정관은 마지막 걸림돌들을 제거하기 위한 협상을 위해 언제라도 평양을 방문할 준비를 갖추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아프리카 순방을 수행할 때도 평양 방문에 대비해 겨울 옷을 챙겨넣은 옷가방을 따로 마련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타임스는 만일 셔먼 조정관이 평양을 방문해 협상을 성공리에 마쳤다면 이 협상이 클린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기본합의 서명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겠지만 당시 미국의 정세에 따라 결국 그의 방북은 성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타임스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대선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을 당시 클린턴 행정부는 대북 외교를 사실상 뒷전으로 미뤘고 클린턴 전 대통령의 보좌진은 '잠재적인 헌정위기' 중 대통령이 나라를 비울 수 없었다는 명분으로 이를 정당화하려 해왔으나 이는 지금까지도 국가안보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타임스는 북한 미사일 문제에 얽힌 클린턴 행정부 말기의 이같은 일화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 정책 추진의 주된 이유가 되고 있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아직도 클린턴 전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계승할 지, 혹은 변경할 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여전히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부시 행정부가 일반적으로 북한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며 미사일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NMD에 의존하는 대신 어느 정도나 외교정책을 사용하게 될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하고 미국과 북한 간 회담이 현재까지도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지만 예상 밖의 진전이 이뤄진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전현직 정부 전문가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장거리 미사일의 생산, 시험, 배치포기 뿐만 아니라 이미 제3세계권 국가들과 계약한 미사일 및 미사일 판매, 부품의 수출 중단 용의도 밝혔으며 이에 따른 미국측의 현금보상 요구도 철회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합의 사항의 이행을 어떻게 입증할 지와 북한이 이미 생산한 미사일을 파기할 지 여부, 현금 이외에 북한에 대한 지원 규모 등 일부 중요한 쟁점은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었다고 이 신문은 밝혔다.

타임스가 인용한 한 정부 전문가는 "우리는 북한 미사일 문제에 관해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었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세부적인 내용이 결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뉴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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