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Kerry)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27일 미국의 지도력 회복과 테러에 대한 적극 대응을 골자로 하는 외교안보정책 4대 원칙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이라크 사태 악화와 포로학대 파문으로 조지 W 부시(Bush)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급락한 가운데 케리 의원이 자신의 외교정책 대안을 제시하려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케리 의원은 그동안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안보문제 대응에서는
부시보다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케리 의원이 발표한 4개 원칙은 동맹강화를 통한 미국의 지도력 회복 21세기의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력 현대화 외교, 정보력, 경제력, 미국의 가치와 이념 전파를 통한 국력강화 중동 석유에 대한 의존 탈피 등이다.

케리 의원은 또 “동아시아에서 북한이 진정한 핵 위협을 제기하는 가운데 미국은 이라크에서 과중한 부담을 진 병력을 지원하기 위해 주한미군을 한반도에서 빼내기 시작했다”며 부시 대통령의 북핵정책과 주한미군 차출에 대해 언급했다.

케리 의원은 이날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약 450명의 지지자들 앞에서 유엔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 강화를 통한 미국의 지도력 회복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은 2차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해온 동맹을 저버리는 외교정책을 추진함으로써 미국의 지도력을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이 혼자 힘으로 테러 위협에 대응할 수는 없다”면서, 미국을 더욱 안전하게 해주고 비용과 인명 손실을 감소시킬 수 있도록 동맹국과의 협력 증진을 우선시하겠다고 밝혔다.

부시의 이라크 정책과는 확연하게 대비되는 강력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부시를 제압해야 한다는 당내 압력에 직면하고 있는 케리 의원은 그러나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군 일정 등과 같은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28일 케리의 이날 연설에 대해, 새로운 정책 제안을 내놓지 못했으며 자신의 세계관과 외교정책 우선순위를 상세하게 밝혔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또 부시 대통령도 최근 이라크에서 나토와 유엔 역할 강화를 주장해 왔다면서, 이라크 문제에 관한 한 두 후보 간의 차이는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케리 의원은 이날 연설을 시작으로, 다음달 1일에는 테러와 대량살상무기 대응책, 이어 3일에는 미군의 개혁 방안을 제시하는 등 외교정책 구상을 차례로 밝힐 예정이다.

한편 지난주 이라크 사태 해결 5단계 방안을 제시했던 부시 대통령은 다음주 콜로라도주의 공군사관학교를 방문해 이라크 문제에 대한 2차 연설을 할 계획이다.
/워싱턴=강인선특파원 ins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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