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정보센터에 근무하는 연구사들이 '인민경제'에 이용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 모습/조선일보DB사진

‘28분의 1’

지난 1995년 대우가 북한 남포에 셔츠, 가방, 재킷 공장을 세운 이후 금년 4월 현대아산과 토공의 개성공단 건설에 대한 사업승인까지 9년간 28개 국내 기업이 대북투자 승인을 받았으나 이 중 단 1개 기업만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통일부 조사에서 드러났다.

유일한 흑자 업체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하나비즈닷컴’으로 지난 2001년 7월부터 북한의 평양정보센터와 공동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평양정보센터가 제공하는 북한의 컴퓨터 전문 인력을 중국 단둥(丹東)에서 교육을 시킨 뒤 이들에게 국내에서 발주받은 프로그램을 만들게 하고 있다.

투자규모는 200만달러로, 프로그램 개발하는 비용, 특히 인건비가 남한보다 북한이 저렴하기 때문에 수익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업체는 지난 2002년에 12만달러, 지난해엔 31만달러, 금년에는 4월까지 1만2000달러의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진 북한 사람이 개발한 프로그램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이 업체를 제외한 27개 대북투자업체 중에서 앞으로의 수익을 내다보고 적극 추진하고 있는 기업이 7개, 손해를 보면서도 폐업하지 못하고 그럭저럭 유지하고 있는 기업이 13개, 사실상 사업을 중단한 기업이 7개 등인 것으로 파악됐다. 앞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기업까지 포함해도 대북투자 성공률은 30%를 넘지 않는 셈이다.

이처럼 대북투자 10년차인 올해까지도 투자 성공률이 낮은 것은 북한 사람들이 장사 마인드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투자업체 관계자들은 말한다. 남한 기업으로부터 돈을 빨리 받아내는 것에만 신경을 쓰지, 함께 돈을 버는 것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또 북한 내 사업장과 통신이 여의치 않고, 사업장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며, 사무용품까지 모두 한국에서 가져가야 하는 등 간접비용이 많이 들고, 북한 내 내수시장이 전혀 없는 것 등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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