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아시아는 심각한 냉전체제에 구속되면서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발발로 냉전이 열전으로 진행되는 고난이 연속되는 지역이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각국의 지도자들은 해방·혁명·독립이라는 자산을 가지고 국민을 총동원하면서 새로운 국가건설을 시도하였다.

북한 연구의 국제적 권위자인 미국 하와이대학 서대숙 교수의 ‘현대 북한의 지도자: 김일성과 김정일’은 그동안 금기시된 사실을 발굴하고 신화화된 역사를 바로잡으면서 한반도 긴장의 한쪽 당사자인 북한 통치자들을 분석한 책이다. 분단 50여년 역사상 처음으로 남북한 정상회담이 실현될 것 같은 시대적 분위기가 책의 가치를 더한다.

먼저 이 책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평전이라기보다는 현대 북한의 정치지도자들이 어떠한 환경과 조건 아래서 어떠한 나라를 만들려고 노력하였으며, 그 고군분투의 궤적과 미래상은 무엇인가를 밝히는 데 주력한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북한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김일성 체제와 북한의 현 정세 및 김정일 체제의 발전 전망을 분석한다. 특히 중요한 역사적 자료들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어서 그 가치가 크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한반도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그 가장 중요한 문제는 우리 민족의 화합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분단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도 그 문제에 대해 남북한은 대책이 없으며 그저 수수방관하고 있을 뿐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저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정치 지도자적 모습을 그리기 위해 구체적으로 그들이 주어진 고난 속에서 어떻게 그것을 극복했는가를 밝히고 있다. 김일성은 조선로동당과 인민군을 창건하면서 그가 고안한 사상에 의해 북한의 정치·경제·사회발전을 추구했지만 민족통합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면서 자신의 우상화 작업과 정적 숙청으로 일관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김정일도 다른 공산주의 국가나 사회주의 국가와는 달리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이어받았기 때문에 그의 어떤 면을 평가해서 권력승계가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새로운 세대의 정치관이 어떠한 것인지에 관심을 기울였다.

둘째로 내정과 외교면에서 김정일은 김일성의 혁명전통과 사상 그리고 정치체제의 기본원리를 어떻게 유지, 발전시켰는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북한이 경제발전을 도모하려면 과거의 실패한 국가 경제 발전 계획보다는 새로운 경제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어서 김정일 체제의 중요한 문제로 안보문제와 대외관계를 지적하고 있다. 이것은 김정일이 말하는 ‘우리식 사회주의’를 어떻게 유지 발전시키느냐는 문제와 직결되고, 건국 이래 최악의 경제난을 극복하는 것과도 관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김정일의 새 정권은 군을 정치 제도화하면서 전시형 국가관리체제로 발전시켜 군의 활동을 정당화시키면서 군 중시 사상을 부각시켰다고 주장하고, 이러한 군사 중시 사상은 북한정권의 생존유지정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셋째로 김정일체제와 북한의 장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승계하고 여러 가지 계획을 통하여 북한의 현실을 극복하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북한을 잘 다스리고 분단문제에 접근하느냐 하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한국전쟁 이후 남북한은 서로의 편견으로 갈등이 더욱 증가하였다고 강조하면서 21세기에는 무엇보다도 우리 민족이 자신을 회복하는 세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새 세기의 벽두에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우리에겐 하나 하나가 경청할만한 문제제기인 셈이다.

/이종국·동국대학교 안보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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