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개폐 여부가 17대 국회개원을 앞두고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일 이와 관련해 서울 을지로1가 청사에서 공청회를 열고 국보법 개폐 논란을 다뤘다.

이날 공청회에서 국보법 골격 유지를 주장하는 측은 인권 침해요인으로 지적돼온 제7조 찬양·고무 등 독소조항을 손보는 선에서 그치자는 입장이었으며, 폐지론자들은 개정이 아닌 ‘전면 폐지’ 입장을 강력히 주장했다.

인권위는 공청회 결과를 검토한 뒤 오는 7∼8월쯤 이에 대한 공식 의견을 국회와 법무부에 권고할 예정이다. 지난해 3월부터 국보법 개폐를 연구해온 인권위가 국보법 전면 개정 혹은 폐지를 권고할 경우 그에 따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폐지론=허일태 동아대 법대 교수는 “ ‘…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제작·복사·소지·운반·판매 등의 행위는 …형에 처한다’는 국보법 제7조 5항은 인간의 의사를 처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보법이 좌우간 대결이 극심했던 1948년 제정됐지만 오늘날 한국의 현실이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성숙됐기 때문에 국민의 인권 침해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국보법은 전면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 소속의 송호창 변호사는 “국보법 유지론자들은 북한의 군사·정치적 위협이 상존하는 한 무기를 버릴 수 없다고 말하지만 북한 사정을 이유로 남한 국민을 처벌하는 것은 국보법을 유지하자는 논거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간첩행위를 하면 형법상의 간첩죄로 처벌하면 되고 국헌 문란, 변란을 일으키면 형법상 내란·외환죄로 처벌하면 되는 것이지 국보법이 따로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유지론=박석균 한국자유총연맹 이사는 “국보법은 이미 죽었다”며 반어적으로 말한 뒤 “그렇다고 (국보법에 대해) 사망 선고를 하지는 말자”고 말했다.

그는 “근래에 국보법에 의해 간첩을 잡았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고, 사법연수원에서 북한 대남전략을 강의하는 시간이 아예 한 시간도 없을 정도로 제 구실을 못하고 있지만 북한이 대남 공작을 중지하지 않는 한 국보법은 살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바른법률의 김용철 변호사도 “2기 참여정부의 국정 우선순위가 개혁이냐, 안정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서 현재 국내외적인 안보상황이 국보법 개폐를 논의할 만큼 한가롭지 않다”고 말했다.

◆개정론=제성호 중앙대 법대교수는 “폐지론이나 존치론은 모두 ‘남남갈등’의 중요한 원인으로 모두 양 극단의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 교수는 “개정을 한다면 인권 침해 요소가 큰 불고지죄 등을 손보거나 찬양·고무죄의 구성요건을 엄격히 하고, 이적표현물의 죄를 일부 삭제하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호경업기자 ho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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