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공청회에서 국보법 골격 유지를 주장하는 측은 인권 침해요인으로 지적돼온 제7조 찬양·고무 등 독소조항을 손보는 선에서 그치자는 입장이었으며, 폐지론자들은 개정이 아닌 ‘전면 폐지’ 입장을 강력히 주장했다.
인권위는 공청회 결과를 검토한 뒤 오는 7∼8월쯤 이에 대한 공식 의견을 국회와 법무부에 권고할 예정이다. 지난해 3월부터 국보법 개폐를 연구해온 인권위가 국보법 전면 개정 혹은 폐지를 권고할 경우 그에 따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폐지론=허일태 동아대 법대 교수는 “ ‘…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제작·복사·소지·운반·판매 등의 행위는 …형에 처한다’는 국보법 제7조 5항은 인간의 의사를 처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보법이 좌우간 대결이 극심했던 1948년 제정됐지만 오늘날 한국의 현실이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성숙됐기 때문에 국민의 인권 침해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국보법은 전면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 소속의 송호창 변호사는 “국보법 유지론자들은 북한의 군사·정치적 위협이 상존하는 한 무기를 버릴 수 없다고 말하지만 북한 사정을 이유로 남한 국민을 처벌하는 것은 국보법을 유지하자는 논거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간첩행위를 하면 형법상의 간첩죄로 처벌하면 되고 국헌 문란, 변란을 일으키면 형법상 내란·외환죄로 처벌하면 되는 것이지 국보법이 따로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유지론=박석균 한국자유총연맹 이사는 “국보법은 이미 죽었다”며 반어적으로 말한 뒤 “그렇다고 (국보법에 대해) 사망 선고를 하지는 말자”고 말했다.
그는 “근래에 국보법에 의해 간첩을 잡았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고, 사법연수원에서 북한 대남전략을 강의하는 시간이 아예 한 시간도 없을 정도로 제 구실을 못하고 있지만 북한이 대남 공작을 중지하지 않는 한 국보법은 살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바른법률의 김용철 변호사도 “2기 참여정부의 국정 우선순위가 개혁이냐, 안정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서 현재 국내외적인 안보상황이 국보법 개폐를 논의할 만큼 한가롭지 않다”고 말했다.
◆개정론=제성호 중앙대 법대교수는 “폐지론이나 존치론은 모두 ‘남남갈등’의 중요한 원인으로 모두 양 극단의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 교수는 “개정을 한다면 인권 침해 요소가 큰 불고지죄 등을 손보거나 찬양·고무죄의 구성요건을 엄격히 하고, 이적표현물의 죄를 일부 삭제하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호경업기자 ho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