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이 만든 인터넷 라디오 방송국인 ‘자유북한방송’(www.freenk.net)이 테러 위협 등으로 출범 한 달 만에 방송 중단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몰려들고 있다.

전역 대령 7000여명으로 구성된 ‘육해공군해병대 예비역대령연합회’(회장 서정갑)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연합회 사무실을 무상으로 제공키로 하고, 13일 ‘자유북한방송’에 지원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강남구 역삼동 S빌딩 18층에 위치한 30여평 넓이의 사무실은 대령연합회가 작년 3월 1억8000여만원에 구입한 오피스텔이다.

대령연합회측은 사무실 전체를 자유북한방송이 무상으로 사용토록 하고, 장소가 더 필요하면 보증금 1000만원과 월세 100여만원을 지원해 오피스텔을 추가로 마련해줄 계획이다. 서정갑 대령연합회장은 “이곳에서 방송국이 자유의 소중함을 널리 전파했으면 좋겠다”며 “안전한 방송 환경을 위해 회원들이 나서서 방송국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유수호시민연합(공동의장 정기승·류기남), 김동길 전 연세대 교수 등도 사무실 및 강당 제공 의사를 밝혔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와 이영덕 전 국무총리는 각각 300만원과 100만원의 후원금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처럼 방송국 지원 방법을 묻는 수십통의 전화가 방송국으로 쇄도, 이날 방송국 관계자들은 방송 제작을 제대로 못할 정도였다.

격려 메시지도 끊임없이 전달됐다. 13일 하루 동안만 ‘자유북한방송’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60여건의 격려 메시지가 올라왔다. ‘애국자’라고 밝힌 한 시민은 “일부 세력이 위협하는 이유는 탈북자 방송이 뭔가를 제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일에 두려워하지 말고 더욱 강하고 담대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후원금을 내겠다는 메시지도 줄을 이었다. ‘자유민주’라는 이름의 시민은 “비록 적은 돈밖에 없지만 방송국 운영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고, ‘베리타스’라고 밝힌 시민은 “방송국을 도우려는 여론이 주변에서 크게 조성되고 있으니 공식 후원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자유북한방송’에 방송국 이전을 요청한 북한연구소는 당초 입장을 고수하기로 했다. 연구소측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사람들이 계속 몰려들면 연구소 환경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며 “5월 말까지 방송국 이전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는 “수많은 시민들이 ‘여기가 북한도 아닌데 왜 숨거나 쫓겨가며 방송을 해야 하느냐’는 안타까움을 전했다”며 “자유와 민주를 외치는 것을 사명으로 알고, 어떤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고 방송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북한연구소는 동대문구 장안동 연구소 빌딩의 사무실을 ‘자유북한방송’이 무상으로 사용토록 했다가 방송국 개국 후 연구소 환경 훼손과 테러 위험성 고조 등을 이유로 지난 10일 이달 말까지 퇴거하라고 통보했다.
/김준기자 kjoon@chosun.com
/이지혜기자 wigrac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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