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세계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미군의이라크 포로 학대행위를 호재로 삼아 대대적인 대미 비난공세에 나섰다.

올들어 미국이 인권보고서(2ㆍ25)와 국제마약통제전략보고서(3ㆍ1), 테러지원국재지정(4.29) 등 일련의 조치를 통해 북한을 입체적으로 압박해 온 데 대한 불만의표시이자 대미 역공인 셈이다.

북한 언론 보도를 보면 지난 9일 조선중앙방송이 외신을 인용, 이라크인 포로에대한 미군의 학대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한 데 이어 10일에는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관영 매체들이 일제히 일어나 강도 높은 비난 공세를 퍼부었다.

이라크전 이후 미국에 불리한 전황 보도를 거의 빠뜨리지 않았던 북한 언론의태도에 비춰 예견된 상황이지만, 조선중앙통신이 발빠르게 ‘21세기 야만들의 몸서리치는 만행’이라는 제목 아래 특집 연재를 시작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 언론은 크게 두 가지 시사점을 부각하고 있다.

즉, 대외적으로는 북한에서 광범위한 인권유린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는 미국의주장을 희석시키고 부시 행정부의 인권위상을 실추시키는 동시에, 대내적으로는 국권수호를 위해서라도 강력한 억제력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맞받아쳤던 “미국은 마치 ‘인권 재판관’이라도 된 듯 행동한다. 오히려 미국이 인권유린자”라는 논조를 그대로 깔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0일 “미제야말로 극도의 인간 증오심과 야수성이 골수에 찬 21세기의 야만임을 똑똑히 보여준다”고 비난했으며, 11일에는 세계 각국의 대미 비난발언을 소개한 뒤 “나라 잃은 백성은 상가 개만도 못하다는 것이 오늘 미제에 의해치욕을 강요당하고 있는 이라크인들의 피타는 절규”라고 주장했다.

또 조선중앙방송도 10일 논평에서 “이번 사건의 주범은 부시”라고 주장하면서 “인권을 구실로 일부 세력들이 우리와 같은 반미자주적인 나라들을 걸고들며 미국에아부하는 것은 정치적 동기에서 출발한 것이며 이는 부시 집단의 인권유린 행위를의도적으로 조장하는 범죄적 처사”라며 비난했다.

이어 “인권을 위해서도 국권을 지켜야 하며 그러자면 침략에 대처할 강력한 억제력을 가져야 한다는 우리의 결심을 굳게 하고 있다”며 전쟁 억제력 강화 정책을정당화한 뒤 “미국의 위선적인 인권소동에 정의로운 인권공세로 맞서 나가야 할 것”이라며 인권문제와 관련해 대미 역공을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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