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평북 용천에서 발생한 열차 폭발 사고로 24일까지 161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됐으며, 1300여명이 부상했다고 국제적십자사가 25일 밝혔다. 사망자 가운데 절반인 76명은 인근 용천소학교의 학생 등 어린이들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용천군 재해대책위원회 장송근(張松根) 위원장은 “사고 당시 폭발지점에서 200m 떨어진 용천소학교(초등학교)의 지붕이 파괴되면서 하교 준비를 하던 학생들의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폭발 당시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군인들의 피해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北京) 주재 국제적십자사연맹 존 스패로 동아시아 담당 대변인은 “건물 파괴 정도로 보아 희생자가 훨씬 늘어날 수 있다”고 24일 말했으며, 중국 단둥(丹東)의 소식통들도 화상 등에 의한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엔기구를 중심으로 한 국제조사단은 사고현장 답사 후 1차 보고서에서 “도심 가옥의 40%에 해당하는 1850가구가 파괴돼 8000여명의 이재민이 났다”면서 “이들을 구호할 이재민 수용시설과 병원·학교·공공시설 복구가 당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대책위원장은 24일 “국제사회가 희생자들에게 필요한 모든 실질적인 지원을 해주기를 기대한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북한 언론 매체는 이례적으로 이번 사고 발생 소식을 신속히 공개했다.

북한은 평안군 등 인근 지역 구조요원과 의료진을 현장에 투입, 부상자들을 200~400병상 규모의 평북도병원, 산원(産院)병원 등 4곳에 나눠 치료를 하는 한편, 370여명은 인근 신의주 병원으로 후송해 치료를 하고 있다. 북한은 또 이번 사고와 관련, 25일 예정된 조선인민군창건기념일 행사를 전면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중국 단둥 거주 소식통들은 “현재 북한 당국이 용천·신의주 일대 일반인 출입을 통제하면서 대대적인 불순분자 색출, 체포작업을 하고 있다는데 이번 폭발사고와 무관하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지난 24일 공식 발표를 통해 이번 사고는 질산암모늄과 연료용 기름 탱크를 실은 2량의 열차 교체작업 중 두 차량이 충돌하면서 역내 전주(電柱)가 넘어졌고, 이어 전선이 끊기면서 발생한 불똥이 차량으로 튀어 폭발로 이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단둥 일대에선 “누군가 테러를 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 단둥=이광회특파원 santafe@chosun.com
/베이징=여시동특파원 sdye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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