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전이 자주 발생한다. 건설공사는 중단된 채 그대로다. 쇼핑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로에는 차량도 거의 없다. 노동당이 신뢰하는 자만이 살 수 있는 평양에서는 지난 몇 년간 농촌지역에서 수 만 명의 인명을 앗아간 기근의 흔적은 찾기 어렵다. 그러나 ‘전시용 도시’ 평양에서도 심각한 경제난을 느낄 수 있다. 이를 보면 북한 정권이 남한의 정상회담 개최 요구에 응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지난 주 평양에서는 드문드문 운행되는 버스를 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느날 밤, 스카프로 머리를 감싼, 지친 모습의 여성들과 군인, 다 해어진 점퍼를 입은 사람을 가득 실은 채 지나가는 버스도 보았다.
도시 전역에서 거리를 순찰하는 군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여성 교통안전원들은 종종 지나가는 차량이 전혀 없는데도 교차로에 그대로 서 있다. 평양은 기이할 정도로 조용하다. 공공장소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은 드물다. 무표정한 사람들이 군인처럼 질서정연하게 걸어 다닌다.
오직 아이들만이 스스럼이 없다. 밝은 색 옷을 입고 장난을 치며 길거리를 질주하는 아이들을 더러 볼 수 있다. 붉은 색 옷차림의 한 여자아이가 기자들을 태운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자 어머니가 급히 아이의 손을 쳐 내리기도 했다.
평양에는 94년 사망한 김일성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기념탑들이 산재해 있다. 방부처리된 김일성의 시신이 놓여 있는 묘역을 찾는 사람들은 먼지를 떨어내기 위해 사방에서 더운 공기를 뿜는 ‘에어 샤워’ 시설이 돼 있는 복도를 지나야 한다. /김연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