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으로 신의주 특구 개발 계획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체제 출범 이후 중국은 옛 공업기지인 랴오닝, 지린, 헤이룽장성 등에 610억 위안(약 9조원)에 이르는 100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북한으로서는 신의주 특구 계획이 힘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보고 김 위원장 방중 기간에 이를 거론할 가능성이 크다.

신의주 특구는 2002년 9월 '신의주 특별행정구 기본법'을 통해 청사진이 제시됐으나 한 달도 안돼 양빈(楊斌.41) 초대 행정장관이 중국 당국에 구속되면서 중단된 상태다.

신의주 특구가 이렇게 된 것은 '양빈 구속'도 빌미가 됐지만 이 계획에 대한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과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 등 이전 중국 지도부의 부정적 시각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김 위원장이 2000년 5월 중국 방문 때 신의주 특구 구상을 설명했다가 주 전 총리로부터 "신의주보다는 개성이 더 나을 것"이라는 충고를 들었다는 일화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이 신의주 특구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완충지역으로 남아있어야 할 국경도시가 성공적으로 개발될 경우 단둥시와 랴오닝, 지린 등 동북3성 지역의 시장을 잠식하고 안보상으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신의주 특구에 대한 기대감을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음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리종혁 부위원장은 지난해 8월 "내각 참사인 계승해가 신의주 행정특구의 대외업무를 맡아보고 있다"고 설명했고, 2002년 10월 남한을 방문한 박남기 당시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 등은 신의주 개발계획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2002.9)는 신의주 지구에 특별행정구 종합청사가 건설 중이라면서 청사 완공까지 중국 선양에 임시사무소를 두고 투자유치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이번에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새 지도부에게 신의주 개방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이 신의주 특구 문제를 거론하면 즉답 대신 '북한의 개혁 개방을 지원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힐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의 백승주 북한실장은 "중국의 입장에서는 국경도시인 신의주에 서구자본이 들어와 중국과 경쟁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가뜩이나 탈북자 문제로 불안한 북-중 국경지역이 안보상 완충지대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것은 중국이 쉽게 바꿀 수 없는 원칙이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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