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황태연(黃台淵·정치학) 교수가 27일 국회의원 연구모임인 ‘21세기 동북아 평화 포럼’(회장 장영달·張永達 의원·민주당)에서 여·야 의원 12명을 상대로 조찬 강연을 마치자 의원 3명이 나서 ‘과거사 사과’ 부분에 대해 언급했다.

해군 참모총장 출신인 민주당 유삼남(柳三男) 의원은 “6·25 침략전쟁이 국제법적 사안일지는 모르나 국민정서가 더 중요하다”면서 “김일성(金日成) 이후 세습된 북한 정권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자민련 조희욱(曺喜旭) 의원도 “듣기 거북한 얘기가 많았다”며 “김정일이 북한의 총수로서 KAL기 폭파사건 등 여러 사안에 대해 책임지고 사과하라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한나라당 서상섭(徐相燮) 의원은 “이는 국제법적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 사안으로, 사과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해 용서하되 잊지 않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이에 대해 “북한관계는 짜증이 나지만 짜증난다고 대북관계에서 소소하게 따지다간 큰 틀을 바꿀 수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강연 중 ‘북한 주적 개념 논란’에 대해서는 “주적 표현을 뺄 때는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분명한 조건 성숙을 전제로 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국방의식의 혼란과 국론 분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군사적 신뢰의 전기가 마련되지 않은 지금 주적 개념을 삭제하기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강연 후 본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굳이 김정일의 사과를 받더라도 사법적 판단이 끝나고 받는 게 옳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6·25가 사과할 사안이 아니라고 했는데.
“선(先)사과는 사건의 종결을 의미할 수 있다. 북침이냐 남침이냐는 논쟁이 있지만, 소추하면 다 밝혀진다. 우리가 가진 물증에 의하면 남침이 분명하지 않나. KAL기 테러도 북한은 모른다고 하지만 김 위원장이 국방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혐의를 둘 수 있다.”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사과로 모든 걸 끝내자’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당분간 덮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현재로서는 사법적으로 단죄할 수단이 없다. 한나라당이 사과 주장을 하지만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김정일 만나서 사과 요구할 수 있겠나? 오히려 묵인하는 꼴이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북한의 최고권력자인데 6·25 때 어렸기 때문에 사과가 필요없다고 했는데.
“연대책임이 아니라 개인책임을 묻는 게 근대법의 기초정신이라는 생각에 따른 것이다.”
/최준석기자 jschoi@chosun.com
/신정록기자 jrshin@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