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김대중)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간의 정상회담은 참고할 만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여러가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남북한간 정상회담은 분단 후 최초일 뿐 아니라 김정일은 다른 국가원수와도 정상회담을 한 적이 없고, 국가간 회담이 아닌 분단국가 내부의 회담이며, ‘한쪽은 국가 수반, 한쪽은 최고 실력자’ 등 이번 회담은 특수성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의전(의전)

김 대통령은 명실상부한 국가 수반이지만, 김정일은 ‘국방위원장’이라는 직함의 ‘최고 실력자’라는 점에서 외교적 의전(의전)이 어떻게 적용돼야 하느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들은 “국가정상 혹은 수반이라는 개념 자체가 공식적은 아니며, 일반 정상회담의 관행을 준용하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호칭은 사전 협의를 통해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불러주면 된다는 입장인데, 김 대통령은 ‘대통령’이라고 불리겠지만, 김정일에 대해서는 북한이 ‘국방위원장’ 혹은 ‘총비서’ 중 어느 쪽을 선호할지 아직 불투명하다.

◇평양 일정과 회담 장소

회담 장소는 외빈들 접견장소인 인민문화 대궁전 혹은 우리 국회의사당에 해당하는 만수대 의사당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회담외 일정으로는, 과거 김일성 시대에 평양을 방문했던 친(친)북한계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김일성 조상의 ‘유적지’ 등을 관광하고 주체혁명정신을 찬양하는 공연을 관람하는 등의 일정을 보냈다. 이번 정상회담서도 북한은 일단 ‘체제선전’식 일정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여, 우리측과 상당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대표단의 평양행 경로

‘판문점 통과’와 ‘항공편’ 등 두 가지 대안이 거론된다. 94년 회담 때 북한은 “한국 비행기의 북한 상공 통과는 안된다”며 육로를 고집했다. 그러나 현재는 북한이 남북간 ‘판문점 채널’을 폐쇄한 상태고 오히려 항로는 열리고 있는 상황이라, 정반대 입장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 정부는 ‘판문점 통과’를 선호하고 있고, 정상회담이 열리는 마당에 북한도 크게 반대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94년 김영삼(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김일성) 주석의 정상회담 추진 때는 김 대통령이 판문점을 거쳐 평양에 왕복하기로 합의됐었다.

◇수행단 규모

94년의 경우 대표단, 수행원 100명, 보도진 80명으로 합의됐었는데 이번에는 좀더 확대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94년 회담이 ‘정치형’이었던 반면, 이번 회담에서는 ‘경제협력’ 문제가 주요 의제인 만큼, 경제계 인사들 몫의 인원 배정이 추가로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전망 때문이다.

94년 북한은 총원을 정해놓고 그 안에서 해결하라는 입장이었지만, 이번엔 가급적 많은 한국 기업인들에게 공단 예정지를 견학시키기 위해 유치작전에 나설 것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희망섞인 관측이다.

◇김정일의 서울 답방

당국자들은 “평양 정상회담에서 결정돼야 할 사안”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상호주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답방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북한측 입장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김창균기자 ck-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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