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11일 국무회의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관한 심경과 구상 등을 밝혔다. 다음은 발언 요지.

“분단 55년 만에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져 민족의 화해와 협력문제, 한반도 통일문제를 논의하게 됐다. 오랜 적대관계에서 그 동안의 상호 불신과 상극의 과정을 생각하면 참으로 민족적 경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도 나름대로 통일문제에 관심을 갖고 몸바쳐온 한 사람으로서 개인적으로 감개무량하다. 또 합의소식을 듣고 뜨거운 눈물을 금할 수 없었다.

이런 성과는 우리 한민족이 신라통일 이래 1300년 동안 통일국가를 이뤄온 조상들의 음덕이 큰 힘이 됐다고 생각한다. 1300년 동안 통일민족을 이뤄온 우리가 55년 동안의 분단 때문에 영원히 갈라설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 남북간에 화해와 협력을 이루고 한반도 평화를 가져와야 한다. 나는 2년 동안 대북 햇볕정책을 주장하고 추진하면서 일관성, 인내심, 성의를 갖고 임했다. 마침내 북한이 그 진의를 이해하게 됐고, 이제 정상회담에 합의했다.

합의가 이뤄진 것은 국민 절대다수가 흔들림 없이 햇볕정책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마음으로부터 감사하게 생각한다. 또한 세계에서 한 나라도 빠지지 않고, 특히 미국·일본·중국·러시아를 포함해 모든 나라가 절대적으로 평가하고 지지해준 것이 큰 힘이 됐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정상회담 합의를 무엇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민족문제를 우리끼리 자주적으로 논의해 합의한 것이다.

7·4 남북공동성명에서 나타난 자주·평화·민족이라는 큰 뜻과 일치한 것이고, 우리 국민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자랑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민족적 대과업이다. 따라서 초당적이고 범국민적으로 지원이 있어야 한다. 당리당략이나 개인적 이해관계를 떠나 남북이 평화를 실현하고 궁극적으로 통일을 위해 모든 당과 국민 모두가 이제부터 협력해 나가야 한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한민족과 국민들에게 평화를 가져오고, 남북이 번영을 이루도록 하자. 그렇게 해서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조상으로서의 사명을 다하자. ”

/김민배기자 ba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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