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5년 남파 간첩을 대동, 월북하라는 지시를 받고 충남 부여에 침투했다 군경과 총격전 끝에 생포됐던 남파 공작원 김동식(39)씨가 북한의 당과 군간의 역학관계를 분석한 논문을 내 오는 2월 석사 학위를 취득하게 됐다.

경남대 북한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씨는 ’조선노동당의 당적(黨的)지도에 관한 연구’ 라는 논문을 통해 “북한에서 군에 대한 노동당의 통제는 여전하며 선군정치(先軍政治) 표방 이후 노동당과 인민군 등 권력 기구간 지위가 달라졌다는 일부 견해는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적 지도’란 노동당의 노선과 정책은 물론 당의 지도사상인 주체사상으로 주민들을 무장시켜 장악, 통제하는 것을 말한다.
김씨는 “군의 위상이 아무리 높아졌다 해도 전체 북한 주민의 선봉부대이자 최고의 전위 조직인 노동당의 지위와 영도적 역할을 군이 대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선군 정치하에서 군대를 곧 당이라고 표현한 것은 군을 노동당과 동급으로 보거나 군을 통해 북한 전체를 지도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인민군과 같은군사력이 없으면 노동당도 존재할 수 없다는 운명 공동체적 의미를 부각시키면서 나온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남북 관계에 변화가 생길 때마나 이를 군부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추정하는것은 문제가 있다며 대북 평화번영 정책이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이같은 북한의 정책결정과 통제의 기본적 틀을 이해하는 가운데 군부의 특수성이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체제 위기가 심화되거나 선군정치가 더욱 강화되고 핵, 미사일 등 군사적 비대칭전략으로 국제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정책이 지속되면 군부의 영향력이 증대되면서 노동당의 당적 지도 기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재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노동당을 철저히 장악하고있고 당적 지도방식으로 북한 사회 전체를 통치하고 있는 점”이라고 말했다.

조선노동당 사회문화부(현 대외연락부) 소속 대남 공작원이었던 김씨는 지난 95년 9월 침투, 다음달 군경과 총격전 끝에 생포되고 그와 함께 남파됐던 박광남(당시 31세)은 사살됐으며, 당시 그와 접촉했던 재야인사 등이 국가보안법상 불고지혐의로 형사 처벌을 받기도 했다.

김씨는 “북한 관련 연구물들이 북한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왔다” 며 “북한에서 2급 기업소 당비서 (중소기업 총책임자)를 맡았던 경험과연구를 통해 열심히 논문을 썼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99년 결혼, 슬하에 두명의 자식을 둔 김씨는 “2년간의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영어가 제일 어려웠다”며 “내년 박사 과정에 들어가 관련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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