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북한 노동당 비서 황장엽(黃長燁)씨는 1997년 한국으로 망명한 후, 한국의 상황에 실망하여 몇번이나 자살을 생각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오는 4월 일본에서 출판될 '황장엽 회고록 - 김정일(金正日)에의 선전포고'의 문고판 역자 하기와라 료(萩原遼·일본 공산당 기관지 '아까하타·赤旗' 전 평양특파원)씨는 후기(後記)에서 황씨의 사신(私信)을 인용, 이 사실을 공개했다.

이같은 내용은 18일 발매된 월간조선 3월호에 자세히 실려 있다.

하기와라씨에 따르면 회고록 번역 때문에 몇번 접촉하는 과정에서 1999년 황씨로부터 "공개하지 말고 번역에 참고하라"는 조건으로 황씨가 직접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한 한글 문서를 받았는데, 이 문서에 그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는 것.

이 문서에는 "한국의 상황이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국이 자신의 주장에 신중하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래서 자살하려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는 것 등이 쓰여져 있다는 것이다.

하기와라씨는 황씨에게 공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민족을 구하려고 사선(死線)을 넘어 모든 것을 버린 채 남쪽으로 온 황장엽씨에 대한 김대중(金大中) 정권의 이해할 수 없는 박대에 분노하여 약속을 어기고 내용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김미영 기자 miyo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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