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송두율 교수의 구명을 위해 송 교수의 은사이자 독일의 유명 사회학자인 하버마스 교수가 23일 송 교수의 석방을 위한 탄원서를 담당 재판부인 서울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이대경 부장판사)로 보내왔다.

그는 탄원서에서 “나는 송 교수가 체포, 심문 및 기소되는 충격적인 과정을 지켜봤으며 현재는 커다란 우려심을 갖고 공판을 보고 있다”며 “내가 송 교수에 대해알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볼 때 검찰의 기소 처분은 법치국가적 척도들을 중요시하는한 전혀 합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송 교수는 나의 지도를 받아 1972년 ‘헤겔, 맑스 및 막스 베버에 있어 아시아적 세계의 의미’라는 주제에 관한 좋은 철학논문을 써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며“이 논문의 학술적 성격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전혀 있을 수 없다”고 송 교수를추켜세웠다.

그는 “송교수가 사회학자로 정진해가는 과정에서 쓴 몇 개의 책들을 보면서 그런 확신을 얻게 됐다”며 “그가 쓴 ‘근대의 변형’과 ‘한국 만화경’ 등의 연구물의 배후에 정치적 동기가 있다면, 그것은 본인이 지난 96년 마지막으로 방한했을 때 한국의 많은 동료들로부터 느낀 바 있는 ‘민주적 애국주의’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판장에게 “불편부당한 판결이 나무랄 데 없는 학자이자 독일시민인 송교수가 국내정치적 싸움의 희롱물이 되는 것을 막아 줄 것이라 믿는다”며 “이렇게유명한 재판에서 이미 낡은 것이 되어버린 국가보안법을 다시 한번 적용할 경우 공화국인 한국의 명성이 국제여론 상에서 입게 될 손실도 헤아려 주실 것을 재판장에게 간청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외국에 있는 독일시민의 외교적인 보호를 맡은 최고 책임자이자나의 친구 요쉬카 피서(Joschka Fischer) 외무장관에게 이 서신의 복사본을 보내겠다”며 이 문제가 외교문제로 비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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