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을 제외한 3당은 10일 남북정상회담 발표에 “선거 사흘 전에 이럴 수가 있느냐”며 분노와 허탈감을 동시에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잇단 대책회의를 열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만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정부 발표에서 드러난 의혹과 허점을 집중 부각시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한나라당

충청권 공략에 나섰던 이회창(이회창) 총재는 이날 저녁 상경하자마자 긴급대책회의를 여는 등 가장 강하게 반발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총선에 이용하기에 급급해 구걸외교를 했다는 것이다. 대책회의에서는 김덕룡(김덕룡) 부총재 등이 울분을 토로하는 등 격앙된 분위기였고, 이 총재가 11일 기자회견을 갖는 등 ‘구걸 외교 저지’에 당력을 모으기로 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은 ‘구걸 외교’의 핵심으로 ‘대북한 거액 뒷돈 제공’ 의혹을 제기했다.

이세기(이세기) 의원은 “일부 경제지에서 20억~30억달러 거래설이 보도됐는데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했고, 이원창(이원창) 대변인은 “남북음악제 개최 대가로 100만달러를 웃돈으로 주고 사기당했던 전례에 비춰 남북 정상회담 대가로 천문학적 거액의 달러가 북한에 건네졌음이 틀림 없다”고 주장했다.

조해진(조해진) 부대변인은 아예 ‘대북 금권선거’라는 용어를 써 논평을 냈다.

◆자민련

변웅전(변웅전) 대변인은 “현 정권은 남북정상회담 조건과 관련한 대북 달러지원에 대한 국민적 의혹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공격했다. 이규양(이규양) 선대위 부대변인은 “선거 사흘 전에 발표한 것은 열세에 몰리는 민주당의 총선용 이벤트이며, 남북문제를 선거에 악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민련은 선거전략기획회의를 가진 끝에 회담 자체는 남북 긴장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아래 반대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다.

◆민국당

김철(김철) 대변인은 “오직 총선 승리만을 위해 투표 3일 전으로 발표 시점을 맞춘 것은 국익보다 정권의 이익을 앞세워온 김대중 정권의 상투적 수법”이라며 “이왕 회담을 한다면 북한의 6·25 전쟁 발발 및 테러에 대한 책임 제기와 함께, 북한의 인권 문제, 이산가족 문제 등을 강력히 거론하고 개방도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갑식기자 gsmoon@chosun.com

/주용중기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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